9일 오후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로 이한구 의원이 선출된 직후 세 사람은 이렇게 서서 손을 잡았다. 황우여 전 원내대표는 오는 5ㆍ15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이 유력하다. 대선 주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양 옆을 친박 성향의 황 전 원내대표와 '박근혜 경제 교사'인 이 의원이 자리잡은 것이다. 대선 경선을 두 달 남기고 사실상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선 과정에서는 비박계가 엄연히 존재했고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수도권으로 표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했다.
이날 경선의 1차 투표에서는 수도권 출신의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58표로 1위를 차지했다. 경선 전날 박 위원장이 이한구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진영 의원의 지역구에 가는 등 논란을 무릅쓰고 측면 지원했지만 표결에 참여한 의원 141명 중 가장 많은 숫자가 친박계가 멀리했던 쇄신파 후보에 표를 던진 것이다.
이한구 의원은 1표 차이기는 하지만 2위에 머물렀다. 친박계의 간접적 지지를 받던 또 한 후보인 이주영 의원은 26표에 머물렀다. 당내에서는 남 의원(58표)과 다른 두 후보가 얻은 표(83) 숫자를 따지면 당내 비박 대 친박이 3대4 구도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날 경선 과정에서 2차 투표보다 1차 투표 결과에 당내가 술렁거렸던 것은 예상을 벗어난 당심 탓이 컸다.
친박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은 이한구ㆍ이주영 의원의 2파전을 전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누가 정권 '새' 창출에 적합하느냐는 질문에 답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수도권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당심"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한 쇄신파 의원은 "예상보다 남 의원의 표가 적게 나왔다. 66표는 나올 줄 알았다"면서 "58표는 비박계의 총합이라고 봐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외연 확대를 강조해왔다.
1차 투표에서 남경필ㆍ이한구 의원의 2파전으로 결론 나자 당내 의원 대부분은 이 신임 원내대표의 승리를 예감했고 결론은 적중했다. 투표 결과에 실망해 회의장을 빠져나간 의원을 제하고 138명이 치른 2차 투표에서 이한구 의원은 72표를, 남 의원은 66표를 얻었다.
새 원내 사령탑이 된 이한구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고 미래를 위해 능력을 축적한 젊은 세대에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대당 파트너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의 '궁합'에 대해 "박 원내대표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분이 많지만 국정 경험이 많으시고 굉장한 정보력을 갖고 계신 분이어서 저희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국민이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면서 "더 이상 격투기가 아니라 육상경기를 한다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계파 논란에 대해 그는 "저희 두 사람은 박근혜 의원님과 잘 통하는 사람이지만 친이 의원과 친하고 쇄신파 의원의 얘기를 경청한다"면서 "편 가르는 짓을 하면 절대로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간발의 차이로 당선된 결과에 관해 이 원내대표는 "표차가 많이 안 나서 오히려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남 의원이 당 쇄신을 위해 애써왔던 정신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내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