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변신하는 '농협금융'

'제갈공명' 임종룡의 힘… 폐쇄문화 농협을 바꾸다

신응환 등 부행장급 외부 영입… 탁월한 친화력에 선후배 신뢰

신경분리·출자 해결사 기대도


임종룡(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관료 시절 탁월한 친화력으로 적이 없었다. 선후배 할 것 없이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선망했다.

이런 평판은 폐쇄적인 문화로 꼽히는 농협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외부 인사들에게는 빗장을 걸어 잠그며 유난히 배타적인 모습을 보였던 농협금융지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협금융은 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손경식 카드분사장 겸 농협은행 부행장 후임으로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을 카드담당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새로 신설된 정보보안본부를 총괄하는 부행장 겸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에 남승우(사진) 전 신한카드 IT본부장을 발탁하기도 했다.

특히 부행장급에 외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것은 농협 설립 이후 신 부행장과 남 부행장이 최초다.


외부 인사들이 연이어 농협금융그룹 입성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임 회장이 있다. 임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의 인사는 모두 (임 회장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외부 전문가 영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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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농협금융은 특수한 지배 구조 성격상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입지가 제한적이다. 100%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의 인사와 예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에 앞서 농협금융 회장직을 맡았던 신동규 전 회장은 은행·보험 등 계열사 인사에도 본인의 입김을 반영하기 힘들었다. 신 전 회장은 번번이 농협중앙회와 마찰을 빚다가 "농협 지배구조로 봤을 때는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고 일갈하며 결국 지난해 5월 중도 사퇴했다.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던 농협금융의 변화를 주도한 것은 임 회장이었다. 경제관료 시절 '최고의 컨트롤 메이커'라 불리던 임 회장이 노련하게 농협중앙회와 거리를 좁혀나가는 동시에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성공하며 최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이후 8개월여 동안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한 농협 내부의 시각도 크게 변화를 맞았다"고 귀띔했다.

특히 올 초 불거진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부 분야에는 특성에 맞게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임 회장의 의견을 최 회장이 수용하며 외부 인사 영입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외부 출신 인사에게도 지속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한 농협금융의 문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이제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바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신경분리와 출자 문제다. 하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그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이 문제를 풀려면 관료 사회와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데 관료 사회의 존경을 받는 임 회장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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