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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환 은행의 외환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수출기업은 물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는 곧바로 해외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화 강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이나 기관투자가들의 달러 선호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의 일평균 외환거래액은 44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59억8,000만달러) 대비 3.4% 감소한 수치로 액수로는 15조8,000억원 줄었다.
달러를 원화로 바꾸거나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현물환거래가 166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5조3,000억원 감소했고 선물환 거래와 외환스와프·통화스와프 등 외환상품거래액이 5,000만달러 줄어든 27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환거래액이 되레 감소한 것은 마땅한 국내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수출기업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화를 곧바로 해외투자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안태련 한국은행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통항 경상수지 흑자액이 늘어나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현물환거래를 중심으로 외환거래가 늘어나는데 지난해에는 상관관계가 깨졌다"면서 "이는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데다 시중 금리도 낮아 국내투자 유인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2일 1,967.19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12월30일 1,915.59포인트로 2.6% 하락하며 한 해를 마쳤다. 지수가 부진한 데 따라 증권사나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국내 주식시장 순매수 규모는 2011년 13조2,415억원에서 2013년 4조8,01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97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도 외국환거래의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기관투자가의 달러 선호도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의 외환거래 규모가 줄어든 또 다른 요인은 달러 강세를 전망하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는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자연스레 달러 선호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