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서초동으로 사옥을 옮기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선 가운데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사옥 이전으로 예기치 못한 불똥을 맞았다. 삼성이 전자계열사의 새 사옥 출입증에 신용카드 기능을 넣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가만히 앉아서 3,000여명의 카드 고객(?)을 잃은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초 출입증에 있던 신용카드 기능을 신사옥 이전과 함께 삭제하기로 했다”며 “출입증은 말 그대로 단순히 건물을 드나들 때 사용되는 사원증 목적으로만 사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ㆍ삼성전기ㆍ삼성SDI 등 삼성의 전자계열사가 입주할 서초동 건물 C동에는 총 3,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일제히 삼성카드 고객 명단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최근 그룹의 움직임에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계열사는 제일모직.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을 입도록 지침을 세워 최근 삼성맨들의 패션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5,000여명에 달하는 서울 신사옥 근무예정 직원들은 제일모직에는 최대의 고객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발 빠른 판매전략이 나오고 있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부터 삼성 사장단협의회 회의에서 장시간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해 설명하는 등 그룹 내 마케팅에 나섰다. 제일모직은 이전까지 20%던 삼성 직원 할인폭을 30%로 늘리면서 매출신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최근 사내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지 않으면 어색한 분위기로 가고 있어 옷을 새로 사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며 “아무래도 할인 등을 감안할 때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캐주얼 재킷 등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