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1부터 다시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이 실전보의 흑23으로 26의 자리에 점잖게 뻗어두었더라면 흑의 무난한 승리였다. 그런데 이세돌이 흑23으로 공연한 손찌검을 했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졌다. "어이없는 일입니다. 이세돌이 승부의 끈을 놓아버린 느낌입니다."(김성룡) 김성룡은 다른 지면에서 이 바둑을 상세하게 해설했다. 그가 주장한 것은 참고도1의 흑1, 3으로 두면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매우 단정적인 내용이었다. 백은 4 이하 14로 공격할 테지만 흑15면 완생이라는 것. 참고도2가 그 이후의 가상도이다. 백은 1로 버티는 정도인데 흑2 이하 6이면 깨끗하게 산다는 것. 이원도3단이 그렸던 가상도(어제 소개했던 것)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자세한 설명을 하기로 한다. 실전은 백30으로 좌상귀의 흑이 모두 잡혔고 바둑은 백의 역전승이 확실하게 되었다. "수읽기라면 세계제일로 꼽히는 이세돌이 왜 이런 망발을 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네."(필자) "글쎄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윤현석) "일부러 한판 져준 것은 아니겠지?"(필자) "그건 아닐 것이고…. 두 판을 이기고서 승부의 긴장이 조금 풀어졌을 가능성은 있지요. 가끔 이세돌이 그런 경향을 보일 때가 있어요. 투지가 반감되었다고나 할까. 승부혼이 잠들었다고나 할까."(윤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