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입 28년 특소세 완전히 사라지나

승용차·유류·유흥·사행사업만 남아<br>정부 내수진작 '올인' 가계소득 늘지 않아 효과는 미지수

정부가 최악의 부진에 빠진 내수를 되살리겠다며무려 24개 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 폐지라는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왔다. 이는 지난 3월 승용차를 비롯해 에어컨, 프로젝션 TV 등에 대한 특소세를 연말까지 20-30% 인하키로 한데 이어 5개월여만에 나온 추가대책으로 정부가 내수진작을위해 '올인'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특히 정부는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특소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계획을 내놓은 바 있어 도입 28년째를 맞은 특소세 제도가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특소세 폐지는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짐으로써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만원짜리 에어컨 22만4천원 내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현재 32개인 특소세 과세품목 가운데 8개만 남기고 24개를폐지키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는 모터보트, 요트, 고급융단, 수렵용 총포류 등 서민생활과는 다소동떨어진 품목도 있으나 에어컨, 프로젝션TV, PDP TV, 골프용품 등 최근 중산층을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품목도 상당수 포함됐다. 현재 11.2%의 특소세율이 적용되는 에어컨의 경우 200만원 짜리인 경우 세금부담이 22만4천원이나 줄어들게 돼 170만원대로 떨어진다. 또 골프용품, 보석, 귀금속, 고급사진기, 고급융단, 고급가구, 고급모피, 수렵용 총포 등은 현재 14%의 특소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골프용품의 경우 200만원짜리세트라면 28만원이나 가격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또 8%의 특소세를 물고 있는 프로젝션TV도 40인치 짜리가 150만원에서 138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나 기술개발 선도물품인 PDP TV는 특소세율이 0.8%에 그쳐 폐지로 인한 가격인하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소세 완전히 사라지나 이번 24개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로 남게되는 품목은 승용차를 비롯해 유류(등유, 중유, LPG, LNG), 경마장, 경륜장, 카지노, 슬롯머신, 골프장, 유흥음식점 등8개다. 이로써 정부가 지난 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서 개별소비세 가운데 하나로채택한 특소세는 28년만에 거의 유명무실하게 됐다. 또 정부가 궁극적으로 특소세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고 승용차의 특소세도 이미 대폭 인하돼 조만간 특소세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권오성 박사는 "특소세는 당초 사치품의 소비를 억제한다는목적에서 도입됐다"며 "그러나 이같은 목적이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특소세는이미 유명무실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승용차나 유류에 부과되는 특소세는 이미 개별소비세 형태로 이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진작 효과는 미지수 이번 특소세 폐지방안은 올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소비위축에서 벗어나경기를 되살려보자는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 수출경기 호조로 산업생산이 증가하는 등 지표경기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정치불안, 유가상승 등으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정부로서도 나름대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굳게 닫혀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엄청난 세수감소를 무릅쓰고서라도 특소세 폐지를 서두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특소세 폐지 조치가 내수경기를 살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소비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구매에 나서 반짝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특소세 폐지로 물건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이를 사겠다는소비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최근 재정확대, 감세 등을 내놓으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동철 연구위원은 "특소세는 기본적으로 폐지되는 방향으로진행됐다"며 "따라서 일부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가 당장 경기를 되살려놓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득이 늘어난만큼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특소세 폐지가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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