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불평등조약으로 지적돼 온 한미 조세협정 개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당초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 1999년 이후 10년간 끌어온 조세협정 개정 논의를 이달 중 마무리 짓고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 이번 개정안이 자국에 불리하다며 협상 연기를 요청해온 것을 우리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개월~1년 안에 외환은행을 팔겠다고 밝힌 론스타가 매각차익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먹튀'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정부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미국은 당초 12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한미 조세조약 개정 6차 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약 3주 전쯤 협상을 미루자는 제안이 왔고 우리 정부가 이에 응했다"며 "내년 봄쯤 협상을 재개하자는 얘기가 물밑으로 오가기는 했지만 정확한 일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협상이 미뤄진 결정적 요인은 투자이익(양도차익) 과세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인이 국내에 투자할 때 얻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요구하고 이에 대해 미국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으나 협상시점이 임박하면서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으로 돌아가 협상이 무기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외환은행 매각시점과 조약개정 시점의 문제겠지만 조세조약 개정이 늦춰질 경우 결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 과세 실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