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 지형이 변한다] <1부> 다시 시작된 빅뱅 ② 은행, 또 다른 무한경쟁 시작

'외환 품은 하나'에 국책銀까지 가세… 대출大戰 불붙는다<br>대기업·SOHO분야 등선 고객 뺏기 경쟁 이미 시작<br>금융당국 가계대출 옥죄기에 유럽 재정위기 심화등 변수<br>전면전보단 국지전 가능성도



KB금융그룹은 지난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지주 회장 내정자직에서 자진사퇴하면서 경영공백 사태를 겪었다. 경영공백은 자연스레 영업과 내부 관리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해 KB는 당기순이익 883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한금융그룹도 라응찬ㆍ신상훈ㆍ이백순 등 이른바 '빅3'의 내분으로 조직이 술렁였다. 외형과 내실에서 각각 1위라는 위상이 흔들렸던 것이다. 올해는 4대 금융지주 간 '영업대전'이 예상됐다. KB와 신한 모두 사령탑을 새로 갖추고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연초부터 과당경쟁 문제를 들고 나온 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하면서 대출전쟁은 물 건너간 형국이다. 내년에는 다시 한번 은행 간 무한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품게 되면 자산규모로 2위로 뛰어오르는데다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약진도 두드러져서다. ◇대출경쟁 재점화 예고=지난 9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대출잔액(원화+외화)은 107조9,000억원으로 기업은행(132조8,000억원)보다 적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여신을 더하면 167조4,000억원으로 신한(167조4,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184조~185조원 수준인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에 비해서는 적지만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특히 하나는 외환 인수 이후 대출영업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론스타가 대주주로 경영하던 동안 대출이 많이 축소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내정자도 "그동안 은행이 많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이를 정상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하나은행을 포함해 다른 은행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내정자는 기업은행장 재직 당시에도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은행을 키운 전력이 있는 만큼 외환이 은행권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은행들 입장에서도 하나와 외환의 조합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다. 이미 대기업, 소호(SOHO) 등에서는 은행 간 대출경쟁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발전소 대출 등을 놓고 고객 뺏기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하나에 외환이 더해지면 무역금융, 이종통화거래(FX),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업계 1위가 되기 때문에 이들 부문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은금융과 기업은행의 자산확대 전략도 영업전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이미 개인수신 기반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 예금을 팔고 있고 한국 HSBC의 소매금융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금리인하책을 꺼내들었다. 업계에서는 중기지원도 지원이지만 낮은 금리를 앞세우고 우량 중소기업을 향한 영업강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면전보다는 국지전 가능성=하지만 업계와 감독당국에서는 은행 간 영업경쟁이 예상 외로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가계부채 증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금융당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가계대출을 옥죌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우리금융의 카드 분사 등 영업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부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데다 대손충당금ㆍ준비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도록 지도하고 있어 은행들이 드러내놓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 대외적인 요소도 변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 은행들의 '돈맥경화'가 현실화하면 국내 은행들도 외화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가하게 국내에서 대출경쟁을 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내년도 성장목표를 명목 경제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안팎으로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은행 간 '전면전'보다는 소호 등 특정 분야에서 영업경쟁을 벌이는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이 난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들이 대대적인 경쟁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정 대출 분야나 항목 등에서만 영업경쟁을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