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이슬람권 달래기 부심

유화정책에도 빈 라덴 "형제애"호소에 反美감정·항전의지 고조9.11 테러 대참사 직후 미국에서 나타난 주요 현상 중 하나는 애국심(일명 성조기) 마케팅이었다. 이 같은 기류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에서 연일 고군분투하는 뉴욕 소방관, 미국 군인들의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반면 아랍을 축으로 한 이슬람권의 정서는 이와 정 반대의 방향에 서 있다. 명분상반(反) 테러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미국의 보복공격을 이슬람권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부시 행정부가 이번 전쟁은 테러분자들이 대상이지 이슬람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거나 굶주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위해 구호품을 공중 투하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반미 감정 고조로 급속 연결되고 있으며,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급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슬람 형제애를 내세워 이번 전쟁의 구도를 문명간 충돌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라덴은 테러 사태 이후 "모든 무슬림은 종교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초점을 서구 대(對) 이슬람의 대결로 전환시켜 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일련의 분위기는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각국 이슬람 국가 내에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의 갈등을 유발, 미국의 효과적인 전쟁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은 미국 공격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내홍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정ㆍ부통령간 마찰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그 동안 이슬람권 달래기를 위해 전방위 외교노력을 총동원하는 한편, 아프간공격 개시 직전에는 이 같은 사실까지 사전 통고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다. 특히 8일에는 이스라엘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해온 시리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피선되는데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해 국무부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는 수단의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을 강력 반대함으로써 이를 무산시켰었다. 이 같은 미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권 달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인 공조를 얻어내기도 어렵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일부에서는 이슬람회의기구, 아랍연맹회의 등 이슬람 관련 기구와 유엔(UN) 등의 집단기구를 통해 공조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슬람권 내부에는 아직도 라덴과 같은 테러 집단이 중동을 지배하게 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는 세력이 많은 만큼 이들에게 극단주의자들과 맞서 투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와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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