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009년 신종플루처럼 대충격 올라"… 정부, 소비 등 실물지표 일·주단위 체크

사실상 경제 비상체제 돌입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4일 아시아나항공이 영종도 항공기 정비고에서 전 여객기를 대상으로 특별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메르스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 발생 보름여 만에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을 4일 지각 가동했다. 각 부처가 따로 운영하던 모니터링 점검체계를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으로 합쳐 운영하고 한 달 단위로 나오는 주요 실물 지표를 일간·주간 단위로 체크하기로 했다. 자칫하면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처럼 내수가 꽁꽁 얼어붙고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마스크 족' 쇼크를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실상 경제 비상체제에 돌입한 셈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극 이후 재가동이다.


정부는 우선 메르스 환자 치료와 확산 방지에 모든 행정과 재정 역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예산을 집행해 신속 대응하고 재원이 부족할 경우 예비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소비, 관광·여행·숙박·공연·유통 등 서비스업, 지역 경제, 외국인 투자 동향을 집중 모니터링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여행상품 취소가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눈에 띄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사태 확산에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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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메르스 사태는 신종플루가 국내에 대유행한 2009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09년 4월에 첫 감염자가 발생했고 8월 첫 사망자가 나왔다. 확산 속도는 이번이 더 빠른 편이어서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다만 감염 확산 여부를 예단할 상황도 아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른 편이다.

분명한 것은 2009년 재판이 된다면 적지 않은 충격이 온다는 점이다. 2009년에는 겨울 문턱인 11월 국가 전염병 재난 단계가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휴교는 물론 수학여행, 전국 단위의 축제도 취소됐으며 전군(軍)에 휴가 자제령까지 내려졌다.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가뜩이나 휘청이는 마당에 전염병까지 겹치며 나라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2009년 10월 120포인트에서 11월 115포인트로 5포인트 급감했으며 12월에도 114포인트로 추가 하락했다. 통상 연말 소비심리는 개선되지만 수치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3·4분기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9%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까지 합세해 경제 성장률은 2009년 3·4분기 2.8%(전 분기 대비)에서 4·4분기 0.4%로 고꾸라졌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했을 때는 국내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중국발 쇼크로 인한 해외 수요 급감으로 수출 증감률은 2002년 4·4분기 25%(전년 대비)에서 2003년 2·4분기에는 11.5%로 반 토막 났다. 이라크 전쟁 등 다른 변수까지 더해져 경제성장률도 2002년 4·4분기 0.9%에서 2003년 1·4분기 -0.7%로 곤두박질쳤으며 2·4분기에도 제로 성장(0%)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신종플루의 경우 금융위기로 경제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질병까지 발생해 큰 타격이 있었다"며 "지금도 최근 2~3년간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서는 등 안 좋은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그래도 쓸 돈이 부족한 경제주체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다"며 "경제심리 반등을 위해 노력한 정책 당국의 노력이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김정곤기자, ,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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