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94년 조문논란 재연 차단"… 정부차원 조문단 파견 않기로

■완곡한 조의 표명 왜?<br>'후계체제 인정'오해 불식, 보수층 반발 피해가면서 北에 최소한의 예의 갖추기<br>이희호여사·현정은 회장 등 도의적 차원 조문은 허용, 中 조문단 파견여부 주목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20일 외교안보장관회의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정부가 조문 논란을 북한 주민에게 위로 전달이라는 완곡한 방법으로 서둘러 매듭 지은 것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같은 조문 논란이 이념논쟁으로 번져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1994년 김 주석 사망 당시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조문 논란이 다시 재연될 경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자칫 정치권의 분열과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조문에 대한 허용은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 배려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의적인 차원의 민간 조문 방북까지도 가로 막을 경우 1994년 김 주석 사망 당시와 같이 논란이 되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낸 데 이어 같은 해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것도 고려됐다. 이날 정부 담화문에서 밝힌 표현은 공식 조의가 아니지만 조의로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에게 직접 조의를 표명하지 않고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라는 말로 대신한 것은 보수층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피해가며 북측에도 어느 정도 정부 차원의 예를 갖춘 셈이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다시 만들어진 전방지역의 성탄 트리의 점멸도 올해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애도를 존중한 가운데 우리 측이 북측을 자극하는 일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사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우회적인 조의를 밝혔지만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막판 고심 끝에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 경색을 초래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는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의 우회적인 조의 표시는 최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북 유연화 조치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부 차원의 조의ㆍ조문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은 김 국방위원장의 조의ㆍ조문이 향후 북한의 후계 체제를 우리 정부차원에서 인정하는 형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조문단 파견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북한이 평양에 외국 조문단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중국의 조문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북·중 양국의 '특수관계'를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이름으로 북한에 조전을 보내면서도 조문단 파견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수년간 고립돼온 상황에서도 중국은 줄곧 경제적인 '부조'를 해왔고 정치적으로 동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권력 과도기에 들어간 북한이 중국의 조문단을 허락한다면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가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조문단 파견이 이뤄진다면 중국이 공식적으로 김정은 지도체제와 '대면'하고 지지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문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중국 내 상당한 고위층의 인사가 대표단 단장을 맡으며 북한 후계체제를 공식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담화문 전문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공식 입장과 대책을 정리, 이를 담화문 형태로 발표했다. 다음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담화문 전문. 국민 여러분, 정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지 않도록 우방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가면서 상황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군은 비상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북한에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안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는 북한이 애도기간에 있는 점을 감안하여 12월 23일로 예정했던 전방 지역에서의 성탄 트리 점등을 올해에는 유보하도록 교계에 권유하기로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현 북한 상황과 관련하여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이어서 조문단 방북에 관한 통일부의 방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하여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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