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워하는 일본인들이… 심상찮다
[한일 갈등 경제부문 확산] 소비재 불매운동 가능성… 부품 수급·투자유치도 차질 우려■ 긴장하는 산업계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화장품 등 시장 확대 찬물
대일 부품·소재 의존도 높아
관계 악화 땐 산업재 수급 비상
경협 활동도 취소·연기 가능성
재계, 투자 관계 등 집중 점검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투자유치ㆍ제품전시 등에 직접적인 피해가 올지 모릅니다."(KOTRA 관계자)
산업계가 최근 급속 경색된 한일 관계가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16일 산업계는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일본과의 제품 수급, 투자 관계 등 현황을 집중 점검하기 시작했다.
우선 산업계는 한일 관계가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경우 소비재 분야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대 그룹 소비재 계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장 두려운 것은 양국 소비자가 상대국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본 소비자는 한류의 영향을 받아 국산 화장품 등 소비재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에는 자연식품에 이어 대기업이 만든 가공식품도 일본인을 사로잡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사이에서 반한(反韓) 분위기가 급속 확산돼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소비재가 일본을 휩쓸고 있는 최근 트렌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의 한 위성TV는 송일국이 독도 수영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하자 그가 출연한 드라마 방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산업계는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소비재에 이어 산업재 수급과 투자유치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고 투자 역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이 한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상반기 일본의 투자는 190건 5억8,700억달러였는데 대지진이 있었던 이듬해 상반기에는 225건 8억9,200만달러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95건 26억4,400만달러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일본 산업계가 대지진 이후 엔고, 높은 법인세율, 인건비 부담, 엄격한 환경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지연, 전력수급 불안 등 이른바 '6중고'를 탈출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ㆍ유럽(EU)ㆍ아세안(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한국 내 대기업에 대한 납품 기회 등도 장점인데 이 같은 한국의 매력이 자칫 '감정의 그늘' 아래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업계만 해도 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SK종합화학 등 대형 업체가 굵직한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양국관계가 악화된다면 한국의 장점이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무역협회와 KOTRA는 예정된 경제 협력 활동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KOTRA는 오는 9월17~20일 일본에서 투자 유치 기업설명회(IR) 행사를 기획하고 있고 한국무역협회는 10월17~18일 '2012 오사카 한국상품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KOTRA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상 징후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외교전이 민간 경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관계 악화가) 민간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정부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태가 경제 분야로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기업의 활동에 족쇄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미 일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카드는 하나SK카드와 제휴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9월 발행하기로 했던 선물카드 출시를 올해 내로 늦추기로 하는 등 양국 간 험악해진 기류가 기업 협력을 위축시킬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