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나 1시간 30여분간 한중 관계, 한반도 및 지역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사드 문제와 관련, 지난 16일 한중 차관보급 협의에서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중요시해달라”고 공개 압박하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주변국이 우리 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한 상황 속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다.
왕 부장의 언급 여부와 발언 수위에 따라 한중간 사드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왕 부장은 회의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사드는 회의 의제도 아니었고 협의도 없었다”면서 “전반적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양국간 호혜적인 분야에서 관심사항을 주로 논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오후 개최되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사드가 거론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3국 협력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이 이번 방한 기간에 사드 문제에 대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을 경우 한중간 사드를 둘러싼 외교적 대립은 일단 잠복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사드와 달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는 입장을 서로 교환했다.
왕 부장은 한국의 AIIB 가입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윤 장관은 “종합적으로 여러 측면을 감안해서 검토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회담 후 AIIB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말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한국 정부가 진일보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회담에서 올해 9월 개최하는 전승기념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줄 것을 희망했다. 중국은 지난 1월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 방한시 박 대통령의 참석 희망 의사를 우리측에 처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한 이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전승 기념행사에도 김정은과 같이 초청받은 상태로, 러시아 및 중국이 개최하는 행사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왕 부장은 윤 장관의 중국 방문도 초청했다.
윤 장관과 왕 부장은 또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전략적 협력 및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양국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 능력 고도화 차단을 위한 의미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키로 했다.
이와 관련, 두 장관은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를 포함한 각급 레벨에서의 긴밀한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장관은 한중관계와 관련,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라는 공동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른바 4대 전략 대화 채널을 중심으로 양국 간에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소통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윤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달 가서명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간 협력을 추동하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정식 서명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연내 해양경계 획정협상을 가동하기 위해 노력키로 했으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와 관련, 서해에 조업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소통·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양국은 한중일 3국 협력 문제와 관련, 3국 협력 체제가 조속한 시일내 정상화돼 역내 안정과 공동 번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메커니즘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키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 20일 이루어진 제2차 중국군 유해 인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에 사의를 표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