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카드업계의 '두 얼굴'

“길거리 모집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제재를 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마 속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겁니다. 무리한 영업인지 아닌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거든요.”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계의 속내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초 은행계 카드로부터 시작된 카드 회원 모집 경쟁은 할인에 할인을 더하는 전쟁으로 치달았다. 보다 못한 감독 당국은 일부 카드에 대해 발급 중단을 권고하는 한편 주유 할인서비스 폭 축소 등을 요구했다. 카드 업계는 “카드 사태 이전처럼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도 아닌데 감독 당국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통제 불능인 카드사간의 경쟁을 누군가가 좀 말려주길 원했던 것이다. 한 은행은 카드 한 종류로 두 달 만에 무려 5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끌어들인 후 “감독 당국 덕분에 적당히 치고 빠졌다”는 소리도 들었다. 카드 업계는 고객을 확보할 때는 ‘지킬 박사’지만 고객이 해지를 요구하면 ‘하이드’로 돌변한다.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카드 업계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각종 포인트제도와 부대 할인서비스를 내세우며 ‘최고의 고객으로 모실 것’을 다짐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자사 직원들을 총동원, 안면을 이용한 회원 모집을 강행한다. 과거 보험사의 영업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어느 카드사건 한 번 회원이 되면 어지간해서는 탈퇴하기 어렵다. 신규 가입 때는 그렇게 친절한 안내원이 카드 해지 때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변한다. 어렵게 연결된 상담 안내원은 다양한 ‘전략’으로 탈퇴를 막는다.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 되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는 식이다. 카드 업계는 쓰지 않는 휴면카드의 연회비만으로 연간 1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카드 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렸던 ‘카드 사태’가 불과 4년여 전의 일이다. 지금은 고객 만족과 수익성 제고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카드 업계의 ‘두 얼굴’이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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