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3월 30일] 메콩강과 틈새시장

동남아 최장 하천인 메콩강은 6개국을 거쳐 무려 4,000㎞를 흐른다. 중국 남부의 윈난성에서 시작하여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국경을 따라 흐르다가 캄보디아를 종단한 후 베트남에서 남중국해로 흘러든다. 윈난성 근처에서는 냇가 수준으로 동력을 단 배가 다니기도 힘들지만 프놈펜에 이르면 엄청나게 큰 강으로 변하고 우기에는 물이 역류하여 앙코르와트 옆에 바다같이 넓은 톤레사프 호수를 만들어 낸다. 메콩강을 낀 여섯 나라는 오랜 기간 서로 치열하게 분쟁하며 살아온 역사를 갖고 있다. 13세기 초반 몽고군에 밀려 윈난성 근처 남중국인들이 인도차이나로 밀려들어 오면서 시작된 투쟁은 오늘날 태국ㆍ라오스를 이루는 이주민족과 원주민인 버마족ㆍ크메르족 간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서도 베트남은 중국과 캄보디아와 정식으로 전쟁을 치른 바 있고 태국과 라오스ㆍ미얀마ㆍ캄보디아 간 국경분쟁은 계속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되자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적극적인 중재로 태어난 것이 범메콩강유역개발사업(Greater Mekong Subregional Cooperation)이다. 여섯 나라가 협력해서 국경에서 끊어진 교량과 도로, 통신과 전력망 등을 유럽처럼 서로 연결하여 공동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로 출발한 사업이다.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이 메콩강을 건너는 현대식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 오랜 기간 반목의 역사를 갖다 보니 다리를 짓겠다는 생각은 아예 포기하고 평시에는 나룻배로 건너다가 전운이 감돌면 강너머로 총을 맞대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등장한 첫 번째 교량이 라오스와 태국사이에 개통된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다. 벌써 15년 이상 흘러 이제는 메콩강프로젝트만 두꺼운 책 한 권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중반에 전경련과 ADB가 공동 주관하는 사업설명회가 서울에서 열렸고 기업시찰단이 현지에 파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우리 기업이 큰 프로젝트를 땄다는 얘기는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ADB 담당국장은 한국기업을 보기 힘든 이유를 의아해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경제가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도 틈새 수출시장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메콩강개발사업 같은 대형 사업을 무시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다소 늦긴 했지만 국제기구에서 러브콜 하는 이런 기회를 새로운 해외진출의 호기로 삼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열대지방의 타는 낙조 아래서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 번 굵은 땀을 흘리며 기회에 도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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