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 한미정상 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추가적 조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북 핵 문제를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출범 100일만에 `민족공조에서 한미공조`로, `남북경협-북한 핵 문제 해결의 동시추진`에서 `북 핵 우선 해결`로 정부 정책이 기울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북기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 핵 문제 처리에 있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다.
◇`햇볕`은 간데 없고 `먹구름`만 가득=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승계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이 같은 정책기조와는 달리 강경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말 열린 `안보 관계 장관 및 (대통령)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북한에 끌려만 가지 않겠다"며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주문했다.
이어 지난달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 기간중 노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해선 안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 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북핵 문제와 경제협력사업의 연계 방침. 이는 북한이 핵 문제에 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DJ 정부가 국내 또는 미국측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사안을 병행 추진해왔던 점에 비추어 상당한 변화다. 이후 발표한 한ㆍ미 공동성명에서도 정부는
▲북핵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가 검토될 것이며
▲핵문제의 전개 상황을 보아가며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DJ정부가 지나치게 북측을 고려해 한미간 외교마찰을 감수했던 것과는 달리 참여정부는 북 핵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남북공조 보다는 한미공조를 더 우선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부시 미 정부에 맞춰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과거 DJ정부와는 달리 참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조건부 연계`에 대해 북 핵 문제 조기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한미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북 핵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말한 `추가적 조치`에 대해서도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자 후속회담 이뤄질까= 가장 큰 관심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ㆍ미ㆍ중 3자 회담의 후속회담 성사여부다. 북한 핵 사태의 악화에 대비한 해법을 놓고 지난달 한ㆍ미 정상과 미ㆍ일 정상이 회동을 한 데 이어 오는 7일에는 한ㆍ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미 미국과의 접점을 찾은 한ㆍ일 정상들은 회담 후 공동성명 형식으로 위기 증폭 시 대응책을 포함한 공통의 핵 해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등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사회가 엄격한 대북 추가 조치를 강구한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한ㆍ일 정부가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ㆍ일 간에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양국은 이미 북한의 마약밀수와 군사전용이 가능한 물자ㆍ기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또 양국 실무진들은 사태 악화에 대비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다국적 포위망 구축, 대북 송금 및 무역 정지, 해상봉쇄 등 단계적 대북 제재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후속회담에 대해 한ㆍ일 양국은 참여 주체와 형식을 놓고 엇박자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신과 한국의 참여를 사실상 후속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기로 미국과 합의한 데 비해 우리측은 여전히 `한ㆍ일 참여 유보론`을 유지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북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한ㆍ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부부동반 초청 만찬에서 "남북관계가 틀어질까 봐 말 한마디 조심해야 하고, 부엌눈치, 안방눈치를 살피는 가장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빠진) 3자 회담에 찬성하는 심정이 오죽했겠느냐. 그렇게라도 끈이 이어지는 것이 낫다"며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 일지
▲2.20~25 = 제6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2.24 = 북 지대?미사일 동해상 발사
▲3.1 =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민족대회(서울)
▲3.2 = 북 미그기 미군 정찰기 근접비행
▲4.27~29 = 제10차 남북 장관급 회담(평양)
▲5.19~23 = 제5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평양)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