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뿐인 '역사 바로 세우기'

구동본기자 (정치부) dbkoo@sed.co.kr

[기자의 눈] 말뿐인 '역사 바로 세우기' 구동본기자 (정치부) dbkoo@sed.co.kr "헌병을 경찰이라고 해서 부인했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이 부친 신상묵씨가 일본 경찰 출신이라는 일부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다 지난 17일 일본군 헌병 오장(하사)으로 복무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시인하면서 한 말이다. 정치권은 지금 과거사 진상 규명 문제를 둘러싸고 '역사 바로세우기'냐, '과거사 들추기'냐며 대치하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당초 우리당측에서 포문을 열었던 과거사 규명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4ㆍ15 총선 등에서 '박근혜 돌풍'을 일으키는 등 유력한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 박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독립군 후손이라는 김희선 의원의 호적문제가 불거진데 이어 신 의장 부친의 친일의혹이 터져나와 여권이 야당과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되치기' 당한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신 의장의 경우 '거짓말' 논란까지 일어 의장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부친의 친일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언론을 몰아세우다 뒤늦게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은 집권당 의장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비판 때문이다. 그런데 여권이 또다시 신 의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미적거린 모습은 볼썽 사납다. 신 의장을 희생양 삼아 과거사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세력과 여당내 권력구도 변화를 두려워 한 세력간의 갈등이 빚어낸 결과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의장의 정정당당하지 못한 처신과 이를 둘러싼 여권의 속보이는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가뜩이나 정치논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이 여권의 주장처럼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않을 듯하다. 입력시간 : 2004-08-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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