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내외가 정부의 초청으로 14∼16일 공식 방한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아난 총장이 방한함으로써 현직 총장과 차기 사무총장 유력후보의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아난 총장은 방한 기간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각각 참석하며 반 장관과 회담한 뒤 1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밖에 아난 총장은 서울대 강연,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난 총장의 방한은 1998년 10월 이후 8년 만이며 방한 후 일본ㆍ중국ㆍ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한다. 아난 총장은 우리정부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나라와 유엔간 협력 강화방안,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유엔 개혁, 개발지원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특히 반 장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어 양자의 만남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있다. 반 장관은 아난 총장과의 회담을 계기로 유엔 개혁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차기 총장으로서의 ‘자격’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난 총장은 지난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인국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은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사이에서 특수한 절차를 거쳐 인준받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후보가 될지 언제 결정될지 모든 게 불명확한 상태”라며 “유엔 사무총장은 사무국 수장으로서 일련의 선거과정을 잘 관리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그것을 벗어난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반 장관과의 만남 자체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 장관의 긍정적인 측면이 세계언론의 조명을 받을 경우 차기 총장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