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방문 마지막날인 9일 오전 숙소인 영빈관에서 동행취재 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방일외교를 결산했다.
▲노 대통령 = 무척 힘들었다. 아침에 방일을 마무리 하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동북아 새질서를 강력히 언급하고 싶었다. 과거사에 대해선, 민감한 것이고 가급적이면 좋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피했다. 과거에 매달려선 안된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이 그 같은 일이 다시 없게 하도록 힘을 기르자.
-방일성과를 정리하면.
▲꿈보다는 해몽이 중요하니 해몽을 잘 해달라. 북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제일 큰 과제였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흐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방일에서도 평화적 해결을 다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압력을 얘기하는 것은 북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데까지 왔다. 그것을 제일 중요한 성과로 생각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대화를, 고이즈미 총리는 압력을 말하는 등 차이를 보였는데.
▲고이즈미 총리 생각은 평화적 해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여론이 강경한 쪽이고 모든 카드를 다 보여주는 것은 안되므로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미일공동성명도 있고 해서, 중간을 취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머릿속엔 강경한 것으로 풀기보다는 대화로 풀려는 생각인 것 같다. 대화와 압력을 항상 동시 구사한다는 한미일 합의 수준으로 해 두는 게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교섭은 언제 시작되는가. 또 이로 인해 불이익이 생기는 부분 등 갈등 조정 방안은.
▲제 맘속에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빨리 하기를 원하는 만큼 우리쪽이 속도를 좌우할 것인데 느린 걸음을 할 필요도 있다. 국내적으로 갖춰야 할 여건도 있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일본의 성의를 촉구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적자 확대이나, 장기적으론 큰 이득이 된다고도 말한다. 집단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이득은 다른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의 조정이나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FTA는 위기이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결국 국민 역량이다. 미꾸라지끼리만 있으면 느릿하지만 가물치 한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놀라서 빨라지고 튼튼해지고 한다더라. 자신감을 갖고 결단해 해보자는 게 제 속마음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일본이 비자면제, 기술이전, 투자, 기술제휴 등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그러면 FTA는 빨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섭이 되더라도 발걸음이 늦어질 것이다. 또 중국과는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동북아시대라는 비전 제시에 대해 일본측의 메아리가 없는 것 같다.
▲동북아 구상을 말한지 6-7년이 넘었다. 당시 북방경제라며 제안했지만 그때도 별로 호응은 없었다. 이런 개념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과 일본의 처지가 달라 한국은 절실하지만 일본은 덜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도 지향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생각이다. 임기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착잡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모든 선택 이유가 100대 0으로 명쾌할 수는 없다. 좋은 선택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과거사 문제는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 선택했으나 선택할 때부터 잘 한 일인가 자문자답해야하는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를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확고하게 성취해야 할 게 있어 밀린 것인데 아무래도 그렇다(아쉽다). 그래서 때때로 착잡한 것이다.
<도쿄=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