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18일] 3시간 30분보다 더 가까운 나라, 필리핀

필리핀관광청에서 근무하는 필자에게 올해는 가장 보람차고 뜻깊은 해였던 것 같다. 한국ㆍ필리핀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 진행됐기 때문이다. 박람회, 필리핀 지역별 축제를 그대로 재현한 퍼레이드와 공연, 필리핀 문화 관련 전시회,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군과 한국군의 우정과 활약상을 그린 영화 '잊혀진 전쟁'의 상영 등 양국 간 우정을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필리핀관광청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과 필리핀이 오랜 역사 속에서 진한 '우정의 꽃'을 피워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기억에서는 서서히 잊혀진 사실이지만 필리핀은 한국이 5번째로 수교를 맺은 나라이자 한국전쟁 당시 3번째로 많은 병력을 한국에 파병한 나라라는 것도 필자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지난 세월 양국의 우정은 정치ㆍ안보, 사회ㆍ문화, 경제ㆍ개발 분야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력을 위한 군사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한ㆍ필 수교 60주년은 양국 관계를 더욱 가깝고 끈끈한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와 최신 노래, 연예계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필리핀 사람들과 공유된다. 원더걸스의 '노바디' 는 물론 2NE1의 '산다라박'을 외치며 우리보다 더 능숙하게 그 노래들을 부르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는 단순한 외국 문화 이상이다. 또한 비행기로 3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필리핀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로 해외여행 시장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의 지위를 4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에게 필리핀의 이미지는 짙푸른 바다와 백사장을 가진 휴양지, 영어 연수나 은퇴 이민지 그 이상은 아닌 듯하다. 필리핀이 7,107개의 섬나라로 이뤄졌다는 것,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를 비롯해 80여개 언어가 존재하며 그에 따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오랜 기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아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필리핀 문화에 대해서도 말이다. 한국 사람처럼 음악을 사랑하고 선천적으로 정이 많은 필리핀 사람들, 그리고 역사적 아픔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필리핀을 알리는 관광청에서 일하면서 필자는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필리핀에 깊은 이해와 문화적 관심을 갖고 긴밀한 관계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