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을 통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메이드 인 코리아' 지위를 얻었지만, 지속된 임금인상과 남북관계 리스크 등 경쟁력을 점차 잃어 가고 있어 앞날이 밝지 않다는 입장이다.
26일 북한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다음달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24일 오후에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통지문을 보내 지난해 12월 일방적으로 개정해 통보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의 일부 조항을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북측은 기업들이 북측 기관에 납부하는 사회보험료도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에 없던 가급금을 포함해 임금의 15%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일방 통보한 대로 임금 산정 방식이 바뀔 경우 우리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 한명에게 주는 비용은 기존 한달에 155.5 달러에서 164.1달러로 9달러 가량 높아지게 된다.
한중FTA 서명으로 장밋빛 앞날을 기대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느닷없는 임금인상으로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며 푸념했다.
의류제조업체인 오오앤육육닷컴을 운영하는 강청범 대표는 "대북제재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공장가동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장을 설립하며 들어간 금융비용 피해만 해도 상당한데 임금인상 소식에 앞날이 캄캄하다"며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으면서 임금만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입주업체 대표는 "개성공단의 경우 단순한 임금 이외에 휴지, 비누 등 생필품과 초코파이에 드는 금액만 해도 한 달에 150~2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임금수준은 국내와 비슷해져 가고, 생산성은 동남아 수준에 머물러, 개성공단의 장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개성공단이 표면적으로 인건비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인식되어 왔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현재에도 중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극히 일부"라며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는 125개사 가운데 60%가 섬유봉제업인 상황에서 임금인상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측은 지난해 말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매년 5% 범위 안에서 인상해오던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북측이 원하는대로 인상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당시 50달러였던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은 해마다 5%씩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