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전윤철 감사원장 "대선주자에 줄서는 공직자 엄단할것"지방정부, 특성에 맞는 사업 발굴 블루오션 찾아나서야의료등 서비스업에 재벌 돈 들어오게 정부규제 완화를새 대통령은 사회적 욕구 통합·조정하는 리더십 갖췄으면… 대담=황인선 부국장 대우 정치부장 his@sed.co.kr 정리=구동본기자 dbkoo@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공직자는 사회유지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치의 계절에 공직자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줄서기 하는 자세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의 감찰 결과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임명동의를 받고 지난 11월 초 연임한 전윤철(68ㆍ사진) 감사원장은 17대 대통령 선거 정국에 흐트러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오는 5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장 사무실에서 전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감사원의 감사방향과 역할 등을 들어봤다. -두차례 국회 청문회를 거쳐 20대 감사원장에 연임되신 것은 54년 감사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먼저 소감과 각오를 들려주십시오. ▦2003년 11월 처음 감사원장이 될 때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알았는데 연임이라는 영광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국회에서 90%의 높은 찬성률로 임명동의를 받아 연임하게 된 것이 지난 4년 간의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고 생각하니 용기를 얻게 되고 더욱 분발해야 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최고 사정기구의 수장을 다시 한번 맡게 됐으니 국가와 국민에 마지막으로 봉사하라는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중점을 두실 감사방향은 무엇입니까. ▦처음 취임하면서 도입한 시스템 감사를 통해 국정 전반에 산재해 있는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제거했어요.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직원들의 몸에 배도록 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감사기조로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국가평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05년 설립된 감사원 산하 평가연구원이 ‘성과 중심 국정운영’의 토대를 마련하도록 적극 독려할 계획입니다. -연말 대선정국을 맞아 공직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은데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방안이 있습니까. ▦공직자는 사회유지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치의 계절에 공직자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줄서기 하는 자세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공직자가 정권과 관계를 끊어야 민생이 안정됩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감사원 특별조사본부는 대선 300일 계획을 세워 이미 감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감찰 결과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습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는 여전히 개혁의 사각지대인데요. ▦지방정부는 제3섹터(민관공동출자산업)에 진출하거나 산하 공기업을 두고 많은 사업을 벌이다 보니 레드오션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합니다. 지방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지방재정의 큰 역할을 하는 지방교부금제도를 개선해야 해요. 지금은 공무원 수가 많아야 지방교부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공무원 수 늘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을 막기 위해서도 지방교부금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교부금 배정기준을 스크린해 쓸데 없는 낭비요인을 찾아내겠습니다. 또 감사원 산하 감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운영을 평가할 계획입니다.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이 선진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습니다. ‘뒷북 감사’가 아니라 ‘앞서가는 감사’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감사원이 변화해야 정부가 변화하고 국가가 변화합니다. 감사원은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앞장서서 변화하고 개혁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감사원에서는 요즘 변화하지 않아 좋은 평점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저는 감사원에 통합성과평가시스템을 도입했어요. 반기마다 모든 직원의 직무능력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죠. 그 점수가 인사대상 경쟁자들의 상위 50%에 들지 못하면 모든 승진과 포상에서 배제됩니다. 그러니까 감사 보고서의 품질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감사원 보고서를 보고 질의할 정도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활성화 방안이 최대 관심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합니까. ▦산업은 이제 제조업만 가지고는 곤란해요. 제조업이라도 선진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과학기술 개발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은 고용탄성치가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서자 취급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서비스산업은 신규 노동유발계수가 커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앞으로 의료ㆍ교육ㆍ관광을 산업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이곳에 재벌의 돈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감사원은 다른 헌법기관과 달리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직무상 독립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행 감사원법에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갖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감사원은 직무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외풍도 철저히 배격하고 국정 전반에 걸쳐 성역 없이 원칙적으로 감사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감사에 있어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감사기능의 존립기반이 되는 최고의 덕목입니다. 감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제도적 보장도 중요하지만 감사원 모든 직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랜 공직경험을 감안할 때 새로운 대통령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을 든다면. ▦다기화된 사회에서는 창조적 공존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자기가 손해보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양성을 인정하고 힘을 합쳐 창조적 공존을 이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역할도 계층간 많은 욕구를 수렴, 창조적 융합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사회 주체들이 분출하는 다양한 욕구를 유효적절하게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정부의 기본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새 대통령은 사회적 통합의 미학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원만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 田원장의 성공비결은 능력 뒷받침된 '핏대 기질' 있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원칙·소신갖고 업무 梨大서 '전윤철 리더십' 보고서 만들기도 "공직사회에서 능력이 뒷받침된 '핏대기질'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성공한 공직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42년 공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성공철학이다. 지난 66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전 원장은 지난 11월 초 감사원장을 다시 맡아 3개 정권에서 차관급 이상 정무직만 무려 7차례나 지내고 있다. 그의 화려한 공직생활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관운이 억세게 좋다"고 말한다. 그 자신도 공직자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배경을 관운으로 돌린다. 그러나 그것은 겸손의 표현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원칙과 소신이 있었다. '될 건 되고 안될 건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이 원칙에 맞으면 소신대로 밀어붙였다. 원칙과 소신을 고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능력이 뒷받침된 '핏대기질'을 공직사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셈이다. 10년 이상 정무직 재직 때 국회에서 정곡을 찌르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성실한 답변태도를 보이면서도 터무니없는 추궁과 부실한 질의엔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장관들의 국회답변 전범(典範)을 보였다. 원칙과 소신은 서슬이 퍼렇던 군부정권에서도 굽히지 않았다. 10ㆍ26 직후 최규하 대통령 때 최동규 동력자원부 장관의 부당한 해임에 맞서 경제기획원 과장들의 집단사표운동을 주도했다. 전두환 정권 때는 공무원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에 반대했고 경제기획원 예산국장 시절 예산삭감을 통해 '유신사무관' 특채제도를 폐지했다. 윗사람이 틀리면 틀린다고 지적하며 원칙을 갖고 소신대로 행동하면 조직사회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전 원장의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오랫동안 정무직을 하는 것을 보고 참 특이하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이런 점에 주목해 '전윤철 감사원장의 리더십 연구'라는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전 원장은 "살다 보면 무수한 기회가 지나가는데 준비된 사람은 그 기회를 잡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기회를 잡지 못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들에게 "항상 준비하면서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처음부터 출세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공직생활에 시련이 적지않았다. 70년대 5년이면 일반적으로 과장이 되는데 8년9개월 만에 승진했으며 국장 때도 승진이 늦었다. 또 수산청장에 임명되기 전 조달청장에 내정돼 통보까지 받았지만 하룻밤 사이에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수산청장을 할 때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내정됐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는 "공직은 신의 소명과도 같다"는 신념으로 "어느 자리에 있든 원칙과 소신을 갖고 업무를 처리해 이 같은 시련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공직경험이 풍부한 전 원장이 다음 정권에서도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감사원장 임무를 계속 수행할지 주목된다. ◇전윤철 원장 프로필 ▦1939년 전남 목포 출생 ▦서울고ㆍ서울대 법학과 졸업 ▦행정고시 4회 합격 ▦경제기획원 공정거래과장ㆍ예산총괄국장ㆍ물가정책국장ㆍ기획관리실장 ▦수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감사원장(제19ㆍ20대) 입력시간 : 2007/12/02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