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재상승이냐, 하락이냐`의 기로에서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21일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을 놓고 치열한 매매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 전 주말보다 5.85포인트 하락한 693.50포인트에 마감됐다. 그나마 외국인이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과 개인의 매도물량을 받아내 급락을 막아냈다.
전문가들은 2ㆍ4분기 어닝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전 고점 돌파를 위한 시장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인내의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동안 쉼 없이 달려 온 만큼 한 템포 쉬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당분간 무분별한 추격 매수나 매도보다는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실적호전주나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틈새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호재보다는 악재에 민감한 시장 흐름=지난 주말 뉴욕 증시가 하락 4일만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조정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재 보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하던 그동안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증시 호재로
▲3분기 이후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과 이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지속
▲저금리로 인한 주식투자의 상대적 메리트 증가
▲반도체 현물가격 강세에 따른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기대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 실시 등을 꼽았다.
반면 악재로는
▲지난 4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한 가격 부담
▲파업 불안감과 북한 핵 문제 해결 지연우려
▲실물경기 악화와 위축된 소비심리
▲기관 등 간접투자 자금 유입 지연 등을 들었다. 또 국제 유가가 다시 32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이나마 이런 악재들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전 고점 돌파 위한 에너지 비축 필요=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4일 연중 최고치인 720.10 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하락과 반등을 오가는 전형적인 혼조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동안 폭발적인 매수세로 증시 랠리를 이끌어 온 외국인들은 지난 주말 매도로 돌변해 1,500억원을 순매도하며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이날은 다시 1,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기관은 여전히 매도세를 지속하며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 고점 돌파를 위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경기 회복 및 기업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증시가 몇 개월째 달려온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거 우리 증시에서 720~750선이 의미 있는 두터운 저항선이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700선을 중심으로 한 기간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은 짧고 완만하게 진행될 듯=그러나 이번 조정은 짧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들이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눈에 보일 때까지는 제한적인 박스권 흐름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다, 아직까지는 3분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하락시 대기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지수가 제한적인 박스권 흐름을 보일 때는 주식 비중을 급격히 늘리거나 줄이기보다는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성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의 조정 양상은 급등 이후 자연스러운 기술적 조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중장기 상승 추세가 유효한 만큼 상승장의 선도주 역할을 했던 인터넷ㆍ게임관련주 같은 IT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기를 이용해 경기 민감주와 대형 우량주의 비중을 늘려보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는 이야기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