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4월 29일] 송도 갯벌과 저어새

수도권 시민들은 머지않아 인천 송도에서 더 이상 갯벌 구경은 물론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도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멸종위기 철새인 저어새의 겨울철 쉼터이며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송도국제도시 11공구의 매립사업이 오는 9~10월쯤이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11공구의 매립 승인기관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협의를 벌여 11공구 전체 10.16㎢ 가운데 6.9㎢를 매립하기로 결정했다. 협의 내용은 저어새들이 오가는 11공구~남동유수지 사이에 녹지 공간을 더 늘리고 주변의 갯벌 매립 면적을 종전 계획보다 25만여㎡ 줄인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11공구 매립의 승인기관인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허가를 받으면 9~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1ㆍ2단계로 나눠 추진되는 11공구 매립사업은 오는 2012년 말 1단계 사업이 완료되고 2단계는 2015년에 끝난다. 매립이 완료된 후에는 인근 5ㆍ7공구와 더불어 첨단기업과 연구소 등이 들어선다. 11공구의 나머지 3.26㎢는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해 매립하지 않고 보존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좁은 갯벌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모두 매립해 건물을 지을 경우 남은 갯벌이 제 기능을 못할 뿐 아니라 저어새 등의 철새들은 점차 이곳을 떠나게 되리라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는 현재 세계 2,000여마리가 활동하고 있으며 해마다 수백마리가 강화도와 송도를 오가며 겨울을 나고 있다. 특히 송도 11공구는 수십년간 저어새의 중요한 겨울철 서식지로 보존돼왔다. 환경전문가들은 이곳이 매립되면 저어새는 영원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 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민ㆍ환경단체들도 인천에서는 이미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을 빌미로 갯벌이 모두 매립돼버렸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송도 11공구만이라도 매립하지 말고 보존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11공구 매립 문제는 6월2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야권 후보들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하면서 11공구 전체를 매립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시장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매립방침이 달라질 공산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환경을 잘 보호하는 일은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후세들에게 남겨줄 유산이다. 개발논리에 일방적으로 밟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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