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대통령 선출 결국 불발… '그렉시트' 우려 재점화

3차 투표서도 부결… 의회 해산·내달 25일 조기총선

긴축정책 반대하는 급진좌파정당 집권 가능성 높아

아테네 증시 장중 11% 폭락 … 유럽증시도 동반 하락


그리스가 29일(현지시간) 대통령을 선출하는 최종 투표에서도 실패해 내년 초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조기 총선에서 급진좌파정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뇌관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연립정부가 추대한 스타브로스 디마스(73) 후보에 대해 세 번째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찬성표가 168표에 그쳐 가결 요건인 정원의 60%(180표)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의회는 해산하고 내년 1월25일 총선거를 치러 새롭게 구성된 의회가 다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그리스의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여서 이번 대선은 사실상 신민당과 사회당으로 구성된 연정의 긴축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표였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면 구제금융 졸업을 앞두고 그리스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키를 쥐고 있는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추가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아 결국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그 결과 1·2차에서는 각각 찬성 160표, 168표가 나온 데 이어 3차 마지막 투표에서도 2차와 똑같은 168표에 그쳤다. 사마라스 총리는 대외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 중 내년 재정수지 전망에 이견이 발생하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따라 난항을 겪자 내년 2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당기는 도박을 강행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긴축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민당보다 앞서 있어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여론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지율 격차가 줄고 있지만 시리자가 중도우파 집권 정당인 신민당에 여전히 앞서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시리자는 28.3%, 신민당은 25%의 지지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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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자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신민당에 승리한 후 채권단이 보유한 국채의 절반을 탕감하고 긴축정책 조치들을 되돌려야 한다며 줄곧 조기 총선을 주장했다. 시리자 측은 이날 투표 결과 발표 뒤 "이번 결과는 그리스인들이 긴축정책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오늘은 민주주의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시리자는 2,400억유로(약 320조9,000억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채권단의 긴축 프로그램에 반대하며 집권할 경우 채무의 50%를 탕감 받도록 재협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채권단이 그리스에 지원했던 구제금융 효과도 사라지고 투자가들이 빠져나가면서 그리스는 또 한번 재정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자의 당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집권하면 트로이카에서 받은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겠다"며 "그리스가 부채상환을 유예 받지 못한다면 경제성장을 할 수 없고 위기탈출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그렉시트 공포'가 불거지면 유럽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자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의 좌파 세력이 연대해 EU 당국으로 하여금 방침을 바꾸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앞서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재무장관은 그리스에 정권교체 여부를 떠나 기존 정권의 재정건전화와 개혁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테네대 경제학 교수인 게오르게 파골라토스는 "이번 투표 결과로 유로존 탈퇴에 대한 두려움과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의 골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리스 정계에서는 총선에서 최다 득표한 정당은 추가로 50석을 얻지만 시리자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시리자가 유로존 탈퇴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금융시장은 시리자가 집권하면 다시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5% 급락세로 개장했으며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부결될 가능성이 커지자 낙폭을 키워 오후1시(현지시각) 11%까지 폭락한 후 오후2시 현재 7.5% 빠진 789.1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증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0.38% 하락했고, 특히 그리스와 함께 부실국가로 묶인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 등 피그스(PIIGS) 국가들의 증시가 급락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증시의 FTSE MIB지수는 2.15% 하락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증시의 IBEX35지수도 1.70% 떨어지는 등 그리스 정정불안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시장 충격이 그리스를 넘어 유럽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부결이 확정된 직후 전날보다 0.99%포인트 급등한 9.46%까지 치솟았다가 오후2시 현재 0.942%포인트 오른 9.294%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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