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설] 추석자금난 잘 풀릴까

[사설] 추석자금난 잘 풀릴까정부가 자금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최대 5조원 규모의 신축적인 유동성 공급과 중소기업의 채권발행 실효성제고 및 신용대출 활성화등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추석에 앞서 충분한 유동성 공급 약속은 해마다 나오는 얘기이므로 별로 새롭지않다. 풀린 자금의 대부분이 곧바로 환수되므로 최대 자금수요기를 잘 넘기는 의미가 있을뿐이다. 하지만 다른 방안들은 주로 은행권에만 몰리고 있는 자금의 물길을 기업으로 터주기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중견기업의 자금조달수단인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 증권)의 상품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이번 대책중 가장 적절한 방안으로 평가할만하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를 한데 묶어 발행, 리스크를 줄이는 프라이머리 CBO는 지난 6월 도입된 이후 초기의 성과는 미미했으나 최근에는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발행에 효과를 보고 있다. 따라서 보증기관의 보증한도와 투기등급이하의 회사채 편입비율을 높일 경우 성장전망이 좋은데도 신용등급이 낮아 고전해온 중소 중견기업의 자금난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금난해소에 집착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부실기업의 회사채까지 포함되어 채권부실화를 초래하는 일이 재발하지않도록 유념해야할 것이다. 제2금융권에 환매채(RP)자금을 지원하고 총액한도대출을 손질해 기업에 돈을 많이 빌려주는 은행에 한은이 값싼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도 기업자금안정에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을로 보인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 보증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자금난의 최대요인인 금융기관들의 대출기피증과 몸사리기를 완화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당국이 극심한 자금난을 해소하기위해 새로운 내용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기 보다는 기존의 대책을 보완하고 시장원리를 존중한 것도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이번 자금안정대책도 기업의 신용위험을 정부가 떠안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지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기등급의 회사채라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중소기업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이해되지않는 바는 아니나 정부 지원의 보호막속에서 한계기업이 연명하는 부작용은 막아야할 것이다. 은행의 신용대출에 대한 면책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과연 은행들이 신용에 의심이 가는 기업들에 선뜻 대출을 해줄지도 의문이다. 은행구조조정을 서둘러 금융시스템을 신속히 복원시키는 것만이 자금난해소와 금융시장안정의 근본적인 치유책이다. 입력시간 2000/08/24 16:1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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