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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년 11월10일, 미국 웨스턴유니언(Western Union)사 이사회가 전화사업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련 특허권과 시설물은 2년 뒤 벨전화회사로 넘어갔다. 미국 최고의 기업이던 WU는 왜 전화를 포기했을까. 두 가지 해석이 전해져 내려온다. 첫째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이 제소한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패할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 두번째는 작전세력으로 악명이 높던 제이 굴드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는 과정에서 우호세력에 전화사업권을 넘겼다는 해석이다.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해석까지 포함해 WU가 전화사업권을 포기한 이유에 대한 분석은 제 각각이다. 분명한 사실은 WU의 결정이 통신산업사에서 가장 잘못된 두 가지 경영오판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 오판의 주인공도 WU다. 벨이 제 발로 찾아와 특허권 일체를 10만달러에 넘기겠다고 제의하자 ‘우리는 전기 장난감 따위나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일축해 기회를 놓쳤다. 만약 WU가 모스 부호를 이용하는 전신전보 사업을 뛰어넘어 전화업에 본격 진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대 최고의 기업이자 최고 우량주의 지위를 유지했음은 물론 거대 통신회사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벨전화회사는 기회를 얻었다. WU의 알짜 자회사인 웨스턴일렉트릭(WE)마저 사들인 벨전화회사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1885년에는 회사 이름을 AT&T로 바꿨다. 벨과 WU, 두 회사의 오늘날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벨사는 수 차례 분할과정을 거쳤어도 여전히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인 AT&T로 발전한 반면 갈수록 위축된 WU사는 국제송금대행업으로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128년 전의 경영오판이 두 회사의 명암을 가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