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시한폭탄 가계 빚 800조원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잔액은 795조원으로 800조원에 육박했다. 재작년의 734조원에 비해 61조원이나 증가한 것. 특히 정부가 부동산시장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해제한 4∙4분기에만 25조원이 늘었다. 신용카드대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지난 2002년 3∙4분기(25조5,000억원) 이후 8년3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DTI 완화로 증가 속도 빨라져 증가액수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생계형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예금은행에서는 2조5,110억원으로 전분기(9,850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등 제금융권에서는 무려 5조8,700억원이 늘었다. 관련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최대증가치다.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계빚의 상당부분을 고소득층이 차지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저금리와 주가상승 덕분에 큰 탈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어제 국회 정책포럼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비율은 2009년 143%로 2000년의 87.1%에 비해 1.6배나 상승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128.2%)보다 높다. 가계가 대출을 늘리기에는 이미 한계상황에 달했다는 얘기다. 올 들어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모드로 전환했다. 부채증가와 금리인상이 겹치면 서민가계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자부담이 늘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가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면 저축여력이 줄고 소득이 감소해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을 구입할 때 얻은 부동산 빚으로 잠겨 있다. 부동산 가격거품이 꺼질 경우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지금처럼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 우리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8년 말 이미 그런 경험을 한 바 있다.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과거의 부동산불패신화를 믿고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늘렸다 부동산시세폭락으로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금리가 치솟아 연체가 급증하자 손해를 보고 담보물건을 처분하기도 했다. 폭탄 터지기 전에 대비해야 가계부채의 불똥이 튀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지금처럼 빚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폭탄이 터져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장기화하고, 대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변동금리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의 비중을 늘려 가계빚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원금 분할상환 대출의 거치기간을 과도하게 늘리는 은행들의 잘못된 관행도 손봐야 한다. 정부는 그 동안 경기침체 해소를 위해 오히려 빚을 더 늘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취해 왔다. 이제는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통스럽지만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DTI도 당초 약속대로 3월 말에 원상회복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길게 보면 경제의 체질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은 거품제거에 힘쓸 때이지 거품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