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변동성 장세에서 헤지펀드 더 필요"

싱가포르헤지펀드1세대 이남우 BoA메릴린치 전무


"요즘처럼 증시가 불안할 시기야말로 헤지펀드가 더 필요한 때죠."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남우(사진) BoA메릴린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헤드(전무)는 "7~8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동안에도 전통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잘해온 헤지펀드들은 괜찮은 수익을 낸 곳이 많다"며 "폭락장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2002년 4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건너와 헤지펀드 초창기 시절 펀드를 설립해 3년간 직접 운용해본 싱가포르 헤지펀드 1세대다. 우리나라의 헤지펀드 도입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가 도입 초기 시행착오만 잘 견뎌내면 충분히 헤지펀드 산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무는 "한국 정부가 헤지펀드 제도정비를 하고 기관들은 초기 집행자금을 투자하면서 일단 운동장(기반)은 만들어지겠지만 과연 선수(헤지펀드)들이 뛰어나게 움직여줄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해외에서도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이 리스크 대비 좋은 수익을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우리 헤지펀드가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해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헤지펀드에서 지나친 기대수익을 바라는 것을 경계했다. 이 전무는 "저금리가 유지되는 일본의 경우 헤지펀드들이 연간 5%의 수익만 내줘도 투자자들이 만족해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체로 기대수익이 높다"며 "만약 증시가 한 해 30% 이상 급등할 때 헤지펀드가 7~10%의 수익을 낼 경우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더 큰 성과를 요구하게 되면 운용자 입장에서도 전략 수정을 고민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헤지펀드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헤지펀드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자칫 성장을 가로막지는 않을지,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수준에 맞는 높은 보수를 헤지펀드 운용자에게 지불할지 등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에 나와 있는 한국 출신 헤지펀드 인력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정말 뛰어난 인력들은 초기 시장에서 모험을 하기보다는 대략 5년 정도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헤지펀드를 아이디어산업이라고 설명하며 "헤지펀드 육성을 위해 우수한 운용자와 그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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