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휴대폰에 ‘죤 하루~ 오늘도 수고하3’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찍힌 것. 잠깐 생각해보니 ‘죤 하루’는 좋은 하루를 의미하는 것 같았으나 뒤에 붙은 아라비아 숫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젊은 직원에게 슬쩍 물어봤다. 직원은 늘 사용하는 언어인지 오히려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설명을 듣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몇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세대들이 사용하는 줄임말 몇 가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만약 이런 글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한계가 있어 줄임말이 탄생하게 됐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형성돼 각종 통신언어가 날로 새롭게 만들어져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각종 축약언어나 이모티콘은 이제 언뜻 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언어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다. 당장은 쓰기 쉽고 재미있어 너도나도 사용하지만 이제 막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줄임말에 익숙해진다면 한글의 존재 유무는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언어는 사회의 반영이므로 은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로 사용되는 통신어는 이제 축약어, 귀여운 이모티콘이라는 개념을 넘어 최소한의 맞춤법, 문법도 없는 한글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어린 학생들부터 시작해 많은 사회구성원이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 파괴의 속도나 파장이 염려된다.
사용하기 쉬운 줄임말을 무조건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좋든 싫든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각종 통신어를 한글과는 차별화해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더 이상 통신언어를 무시할 수 없는 사회 흐름이라 판단해 ‘B4(Before)’ ‘BBL (Be Back Later)’등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새 흐름인 통신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보다는 양지로 이끌어 심각한 언어 파괴를 막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한글은 우수한 언어이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 모두 자주 사용하는 통신어를 되돌아보며 한글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