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목표가는 희망가?

얼마 전까지 각 증권사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NHN의 목표 가격 올리기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모두 확실하다고 자부하는 근거들을 내세웠다. 깜짝 실적을 발표했고 하반기 상승 여력이 충분하며 해외 자회사 가치 반영도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에 제시했던 목표가를 스스로 뒤엎고 20% 이상 높이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그 열기만큼은 여의도에서 바라다보이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새벽경매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주가는 애널리스트들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일 큰 폭의 조정국면이 지속되면서 오르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더 많았다. 하루에 6% 이상 떨어진 날도 있었다. 그러나 목표가 올리기 전쟁을 펼쳤던 애널리스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목표가보다도 10만원이나 주가가 낮은데 어떻게 독자에게 설명해야 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엔 어김없이 “수급만 회복되면…”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NHN만의 일이 아니다. 연일 아찔한 조정장이 연출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어디에서도 속 시원하게 “증시가 조정받고 있으니 일단은 쉬어 가라”는 말을 듣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목표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종목에 대해서도 “현재는 저평가된 것”이란 답이 돌아오기 일쑤이다. 물론 주가가 떨어진 걸 두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책임을 돌릴 순 없다. 다시 한번 불 같은 상승장이 와서 목표가를 우습게 넘기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달포 넘게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판단되면 최소한의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럴만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수급으로 주가가 급등했을 때 무턱대고 ‘목표가 올리기’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요즘 여의도에선 앞다퉈 내년 증시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망만 보면 내년도 증시도 장밋빛 청사진이다. 맞을지 틀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충분한 근거와 분석을 갖고 제시한 전망에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종목이건 전체 장세건 장기적 전망을 하겠다고 나섰다면 주가 움직임의 최대 요인인 수급문제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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