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영화제작을 구상했는데 만나본 모든 이들이 예술영화나 교육영화는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라며 영화제작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교육영화는 안 된다, 안 볼 것이라는 공식을 깨고 싶습니다."
교육영화 '훈장과 악동들'을 감독한 '지리산 청학동 훈장' 김봉곤(44)씨는 17일 창원대 종합교육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누구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가치관을 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투자는 없고 관심도가 먼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훈장은 "얼마 전 청와대에서 장관ㆍ총리를 뽑으려고 했는데 다 사양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어서가 아니고 결국 청문회를 통해 과거 문제점이 노출될까 봐 그런 것 아니겠느냐"면서 "인간적이고 윤리도덕적이면서 정직한 '투명인간'이야말로 21세기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25일부터 올해 1월9일까지 초등생 50명이 부모의 품을 떠나 김씨가 훈장으로 있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의 '민족학당'에서 14박15일간 효와 예절을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김씨가 감독ㆍ훈장으로 1인2역을 맡아 카메라 3대를 동원해 촬영했으며 4개월간의 후반 편집과정을 거쳤다.
영화에서 김 훈장은 첫날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학당을 찾은 아이에게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니들 여기 왜 왔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이들은 마지못해 "어머니께서 인간이 되라고 해서…"라고 답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 훈장은 "니들 인간 못 되면 집에 못 간다"고 겁을 주지만 2주가 지난 뒤 아이들은 부모님과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며 부모 품에 다시 안긴다.
극적 스토리가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눈이 펑펑 내리는 강원도 산골에서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올바른 가치관을 익히는 실제 교육과정을 영상으로 따라간다.
"아주 어렵게 만들었죠. 왜냐면 제가 영화 전문가가 아니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었죠."
김 훈장은 정식으로 영화촬영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총각 때인 지난 1991년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기도 했으며 한국문화학교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반을 수료했다.
시사회에는 김 훈장의 20년지기 친구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