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구본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생명체 필수요소 '인' 우주적 생성기원 밝혀내

몸의 근원·외계생명체 비밀풀기에 '성큼'

초신성의 잔해, 카시오페이아A.

구본철 교수는 카시오페이아A 관측을 통해 인(P)도 항성 폭발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항성 폭발 잔해 적외선 관측으로 인, 우주함량의 100배 포함 확인

은하·초신성 연구 활성화 기대



우리 몸을 끝없이 쪼개다 보면 결국 수많은 원소로 나뉘게 된다. 이 가운데 지구의 어느 생명체나 지니고 있는 원소는 탄소·수소·질소·산소·황 그리고 인(P) 등 6개다. 이들은 어디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우리 몸의 구성 요소까지 됐을까.

답은 태양과 같은 항성의 핵융합과 폭발, 그로 인해 퍼진 우주먼지(스타더스트)에 있다. 우주먼지에 섞인 원소들이 결합돼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되고 행성 안의 원소가 다시 이합집산해 사람과 같은 생명체를 이루는 것이다. 우주의 질서가 우리 몸까지 연결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9월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한 구본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생명체의 6개 필수 원소 중 인의 기원을 밝혀낸 과학자다. 인은 우리 몸에서 DNA·뼈 등을 이루는 주요 원소이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인 역시 다른 원소처럼 항성의 핵융합과 폭발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이론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구 교수가 이를 증명해내기 전까지 그저 가설에 불과했다.

◇초신성의 잔해로 우주생성 기원 발견=구 교수는 1680년께 지구로부터 1만 광년 정도 거리에서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 '카시오페이아A'를 지난해 3월부터 연구 대상으로 잡고 빛의 파장을 분석하는 적외선 분광관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카시오페이아A에 우주함량보다 100배나 많은 인이 포함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인 역시 초신성의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인은 우주 전체에서 볼 때 매우 희귀한 원소로 함량이 수소의 300만분의1, 철의 100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작은 항성도 중심부 핵융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원소와 달리 인은 질량이 태양보다 8배 이상 큰 항성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이아A의 원래 항성도 질량이 태양의 15~25배는 되는 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별은 또 폭발 전까지 1억년 정도를 살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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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교수는 "인은 우주 함량이 매우 적어 그동안 학계에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원소"라며 "초신성 폭발에 따른 잔해는 우리 은하에 300개 정도밖에 없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인은 더욱이 매우 밝을 때만 제한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의 연구는 앞으로 초신성 폭발과 핵융합 연구에 더욱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구 교수는 현재 초신성이 폭발하기 직전 황·철·인 등 세 가지 원소의 비율과 이 원소들이 항성 중심부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은하에서 초신성 폭발은 대략 50년에 한번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몸이 제각각 다른 별에서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원소로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말한 그는 "천문학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서부터 외계 생명체 규명까지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다뤄 재미있다"면서 웃었다.

◇물리학에서 천문학으로 이전=구 교수는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물리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당시 교수로 갓 부임한 홍승수 현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원장의 열정적인 강의에 감복해 천문학으로 길을 돌렸다.

구 교수는 "1학년 때만 해도 학점이 1점이 안 될 정도로 공부를 안 했다"면서 "석사도 물리학으로 했지만 결국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이 더 흥미롭고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천문학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취업 등 현실적인 목표로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학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 교수가 속한 학부도 물리·천문학이 묶여 있는데 진로 문제 때문에 천문학 전공을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학·물리학 등이 응용 분야가 많아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달리 천문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서울대에서 매년 10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교수는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위해서라도 현실지향적이기보다 가치지향적으로 전공을 택하는 게 옳다"며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결국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조언했다. 최근 과학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도 주입식 교육보다 문제종합력·분석력·실행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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