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달러당 1,06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이 다시 1,030원대로 고꾸라졌다. 환율 급락 요인은 중국 위앤화 절상 전망.
오는 2월4일 런던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중국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중국이 초청된 이번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재정ㆍ무역(쌍둥이) 적자로 고심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이미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오를 만큼 오른 유럽 국가들까지 가세,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화 강세는 주춤해진 반면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강세행진을 이어가는 현상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 과장은 “올들어 달러는 유로화에 대비해 소폭 강세로 전환된 반면 엔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이어가는 등 양분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G7회담에 따라 달러에 대해 오를 만큼 오른 유로화는 별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절상폭이 작았던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는 추가로 오르게 될 것(환율 하락)”이라고 내다봤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역시 “최근 상대적으로 조정이 크지 않았던 아시아 통화는 앞으로도 추가 절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유럽은 이미 지나칠 정도로 조정을 실행한 만큼 이제 환율 문제의 열쇠는 아시아, 특히 중국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한 점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G7회담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단기적인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우선 중국의 경제여건상 여타 선진국들의 위앤화 절상 압력이 강력하다고 해도 곧바로 구체적인 액션 플랜에 들어가기보다는 형식적인 발언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그 근거다.
오재권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위앤화 제도 개편 압력을 크게 받겠지만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관심이 소프트 랜딩(경기 연착륙)에 모아져 있는 만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와 달리 재료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국내 외환시장 상황도 환율불안 우려를 희석시키는 요소다. 오 팀장은 “최근 수급상황은 선물까지 대거 내다파는 등 지나치게 달러 매도 쪽으로만 쏠려 있던 지난해 말과 달리 안정돼 있다”며 “환율이 많이 내려가면 달러를 사겠다는 세력도 나오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일방적인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연내에 위앤화 변동폭을 확대하더라도 ‘후폭풍’으로 아시아 통화가 일시적으로는 절상(환율 하락)되겠지만 이미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위앤화 평가 절상 기대분이 반영된 만큼 오히려 위앤화 평가 절상을 기점으로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 과장은 “현재 NDF시장에서 1년짜리 위앤화 선물은 5% 절상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이 5% 내외의 절상에 나설 경우 오히려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아시아 통화가 안정세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