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심층진단] 강남 재건축 수천만원 낮춰도 매수 실종… 거래절벽 현실화

■ 취득세 감면 종료 앞둔 부동산 시장<br>강남 일반아파트까지 호가 하락 확산 추세<br>실수요만 맞춘 대책… 시장 활성화엔 한계<br>양도세 중과폐지 등 파격적 유인책 필요

정부의 4·1부동산종합대책 발표 후 살아나던 강남권 주택거래 시장이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서울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중개업소들이 매수자의 발길이 끊어진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DB

"호가를 4,000만원이나 낮췄지만 매수 문의가 없어요. 이달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 가격이 더 빠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잠실동 J공인의 한 관계자)

취득세 감면 종료를 보름 남짓 앞두고 13일 찾은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일대 중개업소들은 벌써 휴가철을 맞은 듯한 분위기였다. 중개업소들이 문만 열고 있을 뿐 손님의 발길은 끊긴 채 개점휴업 상태였다. 불과 5월 말까지만 해도 매수자들이 몰려 활기가 넘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달 말로 종료되는 취득세 한시감면 조치를 앞두고 우려되던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재건축 호재 및 4·1부동산종합대책 수혜단지로 가격상승이 두드러졌던 강남3구의 아파트마저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대책이 실수요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지다 보니 지속적으로 수요를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중의 부동자금 유입을 유도할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급등했던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값 다시 제자리로=업계에 따르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강남3구 아파트 실거래가가 이달 들어 다시 낙폭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아파트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다. 이 아파트 76㎡(이하 전용면적)는 대책 발표일인 지난 4월1일 9억6,0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7일에는 10억6,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불과 한달 새 실거래가가 무려 1억원이나 오른 것. 하지만 최근 매수 문의가 줄어들어 가격조정에 들어가면서 이달 2일에는 10억2,0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더욱이 현재는 호가를 9억8,000만원까지 낮춰도 사겠다는 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인근 새 아파트인 잠실 리센츠의 실거래가도 이달 들어 3,000만원 이상 하락했다"며 "거래공백을 우려한 가격조정이 재건축 단지는 물론 강남권 일반 아파트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4월 4억8,000만원에서 5월 5억5,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차 52㎡도 비슷한 가격곡선을 그리고 있다. 호가를 2,000만원 이상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실종됐다.


강남권 최대 저층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개포지구 내 개포동 주공1단지 41㎡ 역시 6억8,000만원까지 뛰었던 실거래가가 최근 6억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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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5월 한달간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는 거래건수도 이달 들어 급감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3일 현재 6월 강남3구 거래 신고건수는 557건으로 5월 한달 거래량인 1,377건보다 무려 1,220건이나 적다. 현재 거래 추세를 봤을 때 5월 신고건수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파격적 유인책 없이는 거래절벽 장기화 우려=강남권 거래시장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 시장의 바로미터다. 강남권에서조차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단절됐다는 것은 수도권 주택시장이 반짝 회복조차 경험하지 못하고 추가 하락의 우려만 커졌다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강남3구가 시장 상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다"며 "7월부터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거래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강남3구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2주 연속 떨어지면서 약세로 돌아선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0.05%), 신도시(-0.01%), 수도권(-0.01%) 모두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자체조사한 하반기 주택거래실적 BSI(증가응답비율-감소응답비율×100) 역시 상반기보다 64.8포인트나 떨어진 53.7로 나타났다.

거래절벽 우려가 현실화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초점이 실수요자들에게만 맞춰져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 가격급등기에 도입됐던 규제를 풀어야만 여유계층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근본적인 회복을 가능하게 할 만한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의 구매심리를 꾸준히 자극할 만한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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