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미국, 유럽 등 주요지역의 KOTRA 지역본부장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라크전이후 최대 7,000억달러에 달할 전쟁 복구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미국 중심의 외국기업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건설ㆍ플랜트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유가는 전쟁 종료 후 하락 안정세를 나타내 연말에는 20달러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본부장들은 이 밖에 미국 달러화는 승전국 프리미엄을 기록해 강세를 나타낼 것이며,이라크전이 단기전에 그칠 경우 세계 경기도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KOTRA의 김재효 북미지역본부장, 김인식 구주지역본부장, 김규식 중동ㆍ아프리카지역 본부장과 긴급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재효 북미지역본부장=전쟁은 단기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미 알려진대로 걸프전 때보다도 전력이 약화돼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냉정하게 보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제 전쟁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북미지역에서는 전쟁이후 경제성장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입니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원유가격이 될 것입니다.
유가 하락은 원가를 절감시켜 소비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현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전쟁이 장기화 된다면 전쟁이전부터 얼어붙은 내수시장이 더욱 침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빨리 전쟁을 끝내려고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인식 구주지역본부장=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전쟁이후 새로운 경제전쟁이 예고 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에서 불고 있는 미국제품 보이코트가 독일과 프랑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에서는 예상하는 앞으로의 유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김규식 중동ㆍ아프리카지역 본부장=지난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유가는 하락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라크 유전이 전쟁 중에 어느 정도 남아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전쟁 종료 후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른 원유 생산 쿼터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 올해 말에는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20~24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국내기업들은 중동지역 전쟁복구사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전쟁복구기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김 북미본부장=미국인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이 바로 전쟁 후 `이라크 호황`입니다. 한쪽에서는 때리면서 나머지 한쪽에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3,000억달러, 이라크 주변국까지 합치면 최고 7,000억달러 규모의 중동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걸프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에서 발생한 1,000억달러 규모의 건설사업에 참여했던 미국은 이번 기회에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잔뜩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전후 복구기간은 어느 분야를 중점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 중동본부장=도로 항만시설만 복원한다고 해도 전쟁 복구기간은 3~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라크 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의 경우 최근 3년동안 건설부문 투자를 늦추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중동 전역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됐었다는 점에서 당사국인 이라크는 물론 주변국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시키지 못했습니다만 앞으로는 주변 정세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구주본부장=반전운동을 전개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중동특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미국 주도하에 이뤄질 이라크 재건 계획에 외교 경로를 총동원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미국이 자국 이기주의로만 재건계획을 집행하기가 부담스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전쟁에 우방국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배분할 전후복구사업에 상당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라크를 제외한 중동산유국 중 우방국들의 건설 프로젝트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여 이라크전이후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간 치열한 경제전쟁이 예고 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 입장에선 틈새 공략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라크전이후 세계 통상질서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십니까.
▲김 구주본부장=미국 중심으로 재편돼 미국의 통상압력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유럽국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국가들은 역내 시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유럽지역 국가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측이 이에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양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양강의 힘겨루기 와중에 상당히 곤란한 입장으로 내몰릴 수도 있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전후 질서재편에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김 북미본부장=동감합니다. 미국 중심의 통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던 부시 정부는 차기 집권을 위해서라도 중동특수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를 향한 통상공세도 따라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보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전이후 미국의 달러 환율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중동본부장= 이라크전이 조기에 끝날 경우 미국 달러에는 승전국 프리미엄이 붙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구주본부장=김본부장 의견에 동감합니다. 올해 안에 이라크전이 종결된다는 가정아래 미 달러화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북미본부장=이라크 호황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달러의 강세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승전국 프리미엄까지 붙을 경우 미 달러의 강세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도 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 전쟁직후 중동지역민들의 나빠진 감정을 감안한 대테러전 비용 등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승전국 프리미엄으로 강세를 띠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냐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라크전 이후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중동 수출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김 중동본부장=중동국가들의 특성을 먼저 잘 파악해야 합니다. 대부분 국가들이 국왕 중심의 중앙집권제입니다. 치약 하나를 수입하는데도 정부의 권한이 막강한 게 중동 국가들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기업차원의 중동시장 개척은 난관에 부딪칠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전시회 개최나 기업IR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 북미본부장=전쟁이 종료되면 미국 중심의 이라크 재건계획이 수립될 것입니다.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우리 기업들이 이라크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건설사업의 경우 시공ㆍ감리ㆍ설계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이 중 하나만 맡아도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국적기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도 바람직합니다.
-중동지역에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김 중동본부장=우리나라의 대중동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휴대폰은 중동시장에서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쟁이후 유전개발이 확산되고 중동 경제상황이 빠르게 회복될 경우 자동차ㆍ휴대폰의 수요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도로ㆍ아파트 등에 건설 기술에 대해서도 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기업이 주도할 대규모 중동 건설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북핵문제에 대한 현지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김 북미본부장=미국 경제인들이 한국 투자를 가장 꺼려 하는 부분이 바로 북핵문제입니다. 부시 정부도 이라크전이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북핵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라크전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북핵 해결 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구주본부장=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유럽지역 국가들도 크게 우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을 계속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북핵문제로 인해 한국에 대한 해외 신인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리=한동수기자 b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