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품질경영부 김병곤(53ㆍ사진) 비파괴검사팀장(차장)은 선박의 ‘영상의학 전문의(專門醫)’다. 그의 업무는 대형 선박을 건조하면서 생긴 수많은 용접 부위에 방사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투과 시킨 필름과 초음파 에코를 판독해 선박의 용접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표면과 내부의 결함 여부를 찾아내는 것. 선박 용접 부위의 결함을 찾는 데만 올해로 25년째 매진하고 있다. 비파괴검사에 대한 김 팀장의 자부심과 열의는 대단하다. 선박의 생명은 용접에 있고 용접의 결함을 찾는 일은 곧 선박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배 만드는 사람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를 타봐야 한다”며 “직접 항해에 나서보면 거대한 선박이 한 장의 나뭇잎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안전을 위해 선박을 얼마 만큼 정성 들여 검사해야 할 지 책임감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생각 때문에 실제 부산에서 말레이시아까지 항해했던 경험이 있다. 김 팀장이 맡고 있는 팀의 검사 일정표는 좀처럼 여유가 없다. 선박이 건조되는 과정에 검사도 필수가 되다 보니 월 평균 50~70여 척을 검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선박 한 척을 마무리하는 데만 6~7개월씩 소요된다. 그는 “설사 노사분규가 발생한다 해도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일을 하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파괴검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김 팀장은 비파괴검사 분야의 내일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10년 전만해도 이 분야 구직 희망자가 많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줄어드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는 “비파괴검사 가운데 방사선투과검사(RT)는 일반 작업자들이 없는 야간 시간을 이용해 검사해야 하는 등 검사 조건이 열악하고 방사선을 다루는 만큼 위험성이 높은 실정”이라며 “전체적으로 검사원들의 복지 향상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 때문에 젊은 일꾼들에게는 회피 되는 분야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에 전공과목이 신설되거나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비파괴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기술자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하는 데 미흡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