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극 '여우인간' 극작가 이강백, '여우' 탓만 하는 한국… 실수만 되풀이할뿐

"사회 전체가 홀린 듯 살고 있다"

영민하지만 제 이익만 좇는 여우

곳곳에 등장시켜 우리사회 꼬집어


"나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여우에 홀린 듯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있더군요."


극작가 이강백(사진)은 그래서 여우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이 작가는 1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극 '여우인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도로에 구멍이 뚫려 사람과 자동차가 빠지고 바다에 구멍이 난 듯 배가 침몰하는 '반복되는 실수와 사건' 속에서 '우리가 무엇인가에 홀려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여우를 등장시켜 지금 우리 시대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여우인간'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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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신작 연극 '여우인간'은 여우 사냥꾼을 피해 도망친 여우들이 정보요원, 사회변혁운동연합 대표의 비서, 오토바이 소매치기, 비정규직 청소부라는 신분으로 둔갑해 인간 속에 숨어 살며 겪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그린다. 여우들은 극에서 실제로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터진 2008~2014년의 대한민국을 경험한다. 이 작가는 "사람들은 그저 '여우에 홀렸다' '여우 때문이다'는 핑계만 댈 뿐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과거만 반복하고 미래로 갈 수 없다는 좌절감에만 빠지게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인간 같은 여우를 통해 영민하지만 제 이익만 좇는 여우 같은 인간을 그려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이번 작품을 함께한 김광보 연출에 대해서도 깊은 신뢰를 보냈다. 그는 "'여우인간' 같은 작품은 리얼리즘 연극으로 풀어가면 재미가 없어지게 마련"이라며 "김 연출이 옴니버스 형식의 여러 에피소드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 하나의 놀이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작품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의 제36회 정기 공연작으로 오는 27일부터 4월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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