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끝없는 교육열풍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뉴욕시 펜실베니아 광장에 있다. 주로 농구와 격투기 경기가 열리는 극장형 체육관이다. 알리가 무적의 소니 리스턴을 캔버스에 눕히고 일약 전설적 인물이 된 곳도 바로 여기다. 그 장면은 오늘도 대형 사진으로 재현되어 현관에 걸려 있다. 그런데 올 5월 22일에는 이색적인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뉴 스쿨 유니버시티의 졸업식인데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체육관에서 졸업식을 한 사연은 워낙 졸업생 숫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뉴 스쿨 유니버시티는 디자인 패션으로 유명한 파슨 스쿨을 비롯하여 유진 랭, 액터즈 스타디오 등 8개 대학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 졸업자 수가 꽤 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평균치를 훨씬 넘어 버렸다. 이들 대학의 졸업생이 대폭 증가한 것은 동양계 학생들의 러시가 빚은 산물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 유학생의 숫자는 괄목할 만 하다. 2000명이 넘는 졸업자의 10%가 한국계이다. 파슨 스쿨 같은 곳은 6명 중 1명이 한국인 졸업생이다. 라스트 네임을 알파벳 순서로 호명하는 데 무려 12명의 김씨 이씨 성이 연달았다. 물론 박사 학위도 받고 우등생 석사 학사도 배출했지만 그 엄청난 졸업생 숫자에 비해서는 빈약한 느낌이었다. 뉴저지의 최근 집 값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주택지로는 자연 환경이 좋고 쾌적한 지역이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이유는 딴 곳에 있었다. 예의 '학군'이 좋다는 게 이유라고 했다. 동부의 명문대로 진학하는 지름길이라는 소문이 번져 한국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갔을 때도 그런 현상을 보았다. 교민 P씨의 집에서 머물렀는데 주말에 집에 있던 아이들이 주중에는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곤 했다. P씨는 '좋은 학군'을 찾아 임시 주거지로 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단한 교육열풍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세계로!'다. 영어는 필수이고 온갖 과외를 다 시킨다. 컴퓨터 게임까지 과외 품목이라고 한다. 엄청난 열정과 물량적 공세다. 교육망국론도 안 먹혀든다. 차라리 생각을 바꾸어 본다. 밀어내기 '수출시대'가 세계 제1의 조선업을 건져내고 반도체에 눈을 뜨게 하고 통신산업에서 일류가 되게 한 기초작업이었던 것처럼 교육열풍의 시류도 그런게 아닐까. 한 세대 후 어떤 세상이 될 지 감지한 부모들의 집단 반응으로 말이다. 손광식(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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