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 경영 "틈새시장 공략"겸업·대형화 금융환경속 中企·주민등과 관계강화
지역금융사들이 변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지금 그들의 관심은 거대화된 조직으로 지역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방은행들이나 몇몇 신용협동조합ㆍ상호신용금고들의 영업실적은 뚜렷하게 호전되고 있다.
수익에 급급해 건전성에 허점을 드러내는 모습은 이미 옛날 얘기다. 올해 들어 지역금융사들이 거둬들이고 있는 수익은 정반대로 자산건전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지역금융사와 금융환경의 변화
외환위기 이후 백일하에 드러났던 구태의연한 금융관행과 누적된 부실채권, 낙후된 금융기법 등의 쇄신을 위해 진행된 구조조정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국제금융환경과 맞물리면서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등 거대화 겸업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세계적인 규제 완화ㆍ자본 자유화의 진전ㆍ금융의 국경간 거래의 급속한 확대 등에 따라 금융시장의 통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 역시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병ㆍ인수를 통한 겸업화ㆍ대형화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금융사 입장에서는 고유 영역이 침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 자동화기기(ATM)ㆍ텔레뱅킹ㆍ인터넷뱅킹 등 금융거래방식의 변화 역시 지역금융사들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물리적 통합화는 지역적 독점력과 같은 보호장벽을 급속히 사라지게 하고 결과적으로 지방은행과 같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한 은행의 경우 더욱 극심한 경쟁구조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지역밀착경영으로 승부
물론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가 지역금융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입지가 좁아진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 많은 부문들이 금융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장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금융사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문이 바로 '지역밀착 경영'. 지역 주민이나 지방 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요조사와 밀착된 관계유지를 통해 거대 은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문에 영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개발, 지역적 특성을 살린 여러 틈새상품을 만들어내며 수요층을 넓혀가고 있다.
지방중소기업들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도 주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공개된 기업정보가 부족하고 신인도가 취약하기 때문에 은행과의 장기적 고객관계를 통해서만 재무상태에 대한 정당한 평가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장기적 고객관계를 통해 확보된 고유의 통제방법과 감시를 기준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지방은행은 지역밀착 경영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어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할 수 있는 비교우위의 입장에 있다.
◆ 경영실적 호전에 주가도 상승 중
지역밀착 경영이 주효하면서 올해 지방 금융사들의 영업실적이 눈에 뛰게 호전되고 있다. 부산은행의 경우 올해 3ㆍ4분기에 3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에 가까운 실적 향상을 보였다.
경남ㆍ광주은행 역시 3ㆍ4분기 각각 616억원과 670억원의 당기순이익과 703억원과 8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접고 흑자로 돌아섰다.
경남은행의 경우 창립이래 최대 순이익 달성을 구가하고 있는 상황.
전북은행도 지난해 3ㆍ4분기 244억원 적자에서 올해 3ㆍ4분기 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최근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이러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부산ㆍ전북ㆍ대구은행의 주가도 최근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지난해 말 겉잡을 수 없는 예금인출 사태로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상호신용금고 등도 지역서민층에 밀착된 영업으로 다시 안정을 되찾고 있다.
◆ 차별화전략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지역금융사들이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를 보다 전문화하고 차별화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밀착기능의 강화와 대형 금융사가 진출하기 힘든 부문에 축적된 신용정보ㆍ노하우를 최대한 활용, 개별고객의 모든 금융거래를 통합한 고객 중심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고 고객의 전반적 금융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조언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지역금융 수요 창출과 지역 성장 주도 산업의 발굴을 위해 기존의 수동적 여신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건전한 지역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도 중요하다. 로드쇼나 창업설명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 유망 벤처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모든 금융사들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강화도 이 중 하나다.
최흥식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지역금융사들은 금융환경 변화를 예민하게 파악해 차별화된 전략과 기동력 있는 실천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윤석기자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