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이집트 사태를 빌미로 차익실현에 나서며 현물시장에서 7,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냈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8.14포인트(1.81%) 하락한 2,069.73포인트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이른바 ‘옵션쇼크’가 발생한 지난해 11월11일(-2.70%)이후 최대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도 7,914억원을 내다 팔면서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했다.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세력은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6,970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옵션 만기일 1조3,099억원 순매도한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의 이날 대량 매도는 이집트 사태 에 따른 투자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소요사태가 유가 상승을 촉발할 할 수 있고 시위가 주변 중동국가로 확산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약화시킨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은 이날 투매가 ‘울고 싶은 데 빰 맞은 격’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증시는 단기급등에 따라 이미 일시 조정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집트 사태를 빌미로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 재정위기가 3월 일부 문제국가의 국채만기를 앞두고 2월에는 재부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중국도 강력한 긴축을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날 전후로 중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파다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긴 연휴동안 증시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데 미리 현금을 확보해 놓자는 것이다. 이집트 사태가 차익실현의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졌거나 예상되는 악재가 시장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만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집트 사태의 파장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화’라는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시장불안도 해소된다는 점에서다. 박승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집트 사태는 재작년 11월 두바이 모라토리엄 사태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고 이날 주가급락도 과열부담의 해소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는 두바이는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과잉투자라는 경제적 문제가 원인이지만 이집트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미 해소수순을 밝고 있고 이미 예견된 악재로 시장에 반영된 상태다. 중국 긴축으로 국내 업체의 매출이 타격 받을 수 있지만 이것도 고성장의 부작용에 따른 긴축이라는 점에서 성장은 지속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의지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돌아오고 있는 미국이 견조한 회복을 하면서 국내 수출을 흡수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도 굳건한 상황에서 증시를 지탱하는 펀더멘털이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월1일에도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인들을 중심으로 국내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서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의 단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펀더멘털에는 이상이 없는 만큼 이번 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