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400만대 민간 CCTV 목적 뭔지도 몰라요"

어디 설치했는지 파악도 안돼<br>개인정보보호 사각지대<br>관리법안 3년째 국회서 낮잠



"아무도 몰라요. 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설치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죠." 폐쇄회로TV(CCTV)가 범죄 예방과 시설물 보호 등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호텔ㆍ백화점ㆍ가정 집 등 민간 분야의 CCTV 설치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개인영상정보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야는 이미 지난 2008년 민간 CCTV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을 만들어놓았지만 국회에서 3년 째 방치되고 있다. 12일 CCTV 판매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용산 원효로 1가의 한 전자상가. 집 앞에 세워둔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해 CCTV를 사러 왔다고 문의하자 매장 직원이 CCTV용 카메라와 영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 저장해주는 DVR 등 관련 기기를 꺼내 보여줬다. 가격은 카메라와 DVR를 합쳐 최소 18만원에서 4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금액을 더 추가하면 줌(Zoom)과 음성녹음 기능까지 달 수 있다고 했다. 현행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의 CCTV에 줌이나 회전 및 음성 녹음 기능을 부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보주체의 초상권을 보호하고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설치한 CCTV에만 해당될 뿐 민간 CCTV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고성능 CCTV를 구입해 설치 목적과 운영상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민간 분야의 CCTV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계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CCTV는 현행법에 근거해 설치 운영되기 때문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지만 민간 부문까지 확인할 길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2008년 민간 CCTV의 설치ㆍ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법'을 발의했던 민주당 변재일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민간 분야의 CCTV 규모는 파악자체가 불가능해 개인의 영상정보가 어떻게 유출ㆍ오용ㆍ남용되는지 모니터링할 기회조차 없다"면서 "이는 개인정보 보호의 심각한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에서 설치한 CCTV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최소 400만대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2명당 1명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국내 민간 CCTV 규모를 2007년 기준 258만대라고 밝힌 적이 있지만 매년 CCTV가 40만~50만대 정도 팔려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400만대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민간 CCTV가 급증함에 따라 공공기관의 CCTV처럼 개인영상정보의 수집ㆍ이용ㆍ처리ㆍ보관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미 만들어놓은 법안을 3년 째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실의 관계자는 "현행 CCTV 관련 법제가 민간 부문의 개인영상정보를 포괄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 반영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9월 정부와 여야 합의로 통합 법안까지 만들었으나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