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포스트 G20, 국내외 경제 어디로] <하> 내년 프랑스 G20 핵심 의제는

흔들리는 달러화… 기축통화체제 개편 '뜨거운 감자'로<br>내년 2월 재무장관회의 부터 문제 제기 예상<br>佛·中·브라질등 연합 美 고강도 압박 나설듯<br>통화 개편 10년이상 걸리지만 변화 대비해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적지 않은 과제들을 내년 11월로 예정된 프랑스 회의에 남겼다. 그 중에서도 흔들리는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통화질서 모색은 프랑스 회의의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가 달러화 중심의 세계 금융질서를 다극화 체제로 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독식해온 통화 시스템을 짧은 시간 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프랑스가 의장국은 맡은 1년 동안 분명히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위주의 기축통화체계 개편을 주요 의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통화정책에 불만이 큰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적극 동조하며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브라질ㆍ중국 등 주요 신흥국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장을 던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기축통화체계 개편 논의는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파리 회의는 기축통화 개편 전쟁터=차기 G20 의장국 자리를 이어받은 프랑스는 환율갈등의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달러 기축통화체제 개편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재무장관회의부터 달러화가 가진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기축통화를 다각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등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자국통화의 절상압력이 커지고 있는 신흥국들이 기축통화 변경 논의에 적극 가담할 태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내년 초 기축통화 관련 세미나를 제안하는 등 기축통화 개편을 위한 우호세력을 형성하는 분위기"라며 "다음 회의에서 논의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흔들리는 달러화 위상이 기축통화체제 변혁 자초=사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달러 기축통화체계를 바꾸자는 주장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지위가 약화되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지목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상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미국의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008년 20.6%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7.2%에서 11.4%로 확대됐다. 미국이 차지하는 세계무역 비중도 2000년 21.9%에서 2008년 14.5%로 축소됐다. 이미 2003년부터 최대 교역주체는 미국에서 유럽연합(EU)으로 바뀌었다. 특히 1ㆍ2차에 걸친 양적완화 조치는 달러화 위상의 급격한 추락을 자초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양적완화는 결국 달러가치 약화로 이어지고 엔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는 물론 신흥국의 통화가 줄줄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달러화 위상 추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기축통화 변화 10년 이상 걸려…새 통화체제 대비해야=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각국의 불만이 커진다고 해서 당장 달러화가 단시일 안에 지위를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은 현재 물량이 너무 적어 글로벌 통화로서 역할을 하기 힘들고 중국 위안화는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193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후 브레턴우즈 체제가 갖춰진 1944년까지 10여년이 걸린 것처럼 이번 논의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히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흐름을 마냥 지켜만 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당장 내년 1월 프랑스의 제안에 따라 중국에서 통화체제 변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로 한 만큼 새로운 국제통화체제 논의는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정부도 이런 논의에 대한 대비를 시작돼야 하는 셈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축통화였던 파운드화가 영국의 재정적자 과다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달러화에 지위를 넘겨줬던 상황이 지금과 유사하다는 점에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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