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12일] 공정사회와 카드수수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신용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카드 발급을 줄이고 소비자들이 현금과 직불카드 사용을 늘리면서 대부분의 미국 카드사들은 지난해 적자를 냈다. 반면 우리나라 신용카드사들의 올 2ㆍ4분기 수수료 수입은 분기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ㆍ삼성ㆍ현대ㆍ롯데ㆍ비씨 등 전업카드사의 2ㆍ4분기, 즉 3개월간의 수수료 수입이 1조7,000억원이란다. 이와 같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는 카드시장을 둘러싸고 지분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카드 모집 비용과 마케팅 비용도 분기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카드사들의 기록적인 수수료 수입은 가맹점들의 지출이다. 협상력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카드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카드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금융 당국의 설득으로 지난 4월부터 재래시장 내의 영세가맹점 중 연간 매출이 9,600만원 이하면 1.6~1.8%로, 재래시장이 아닌 경우는 2.0~2.15%로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매출 대비 평균 이익률이 6%라면 2%의 수수료율도 이익의 30%를 차지하는 큰 부담이다. 신용거래문화 정착을 위해 2000년부터 실시된 신용카드공제정책은 세원노출, 과세 대상 증가 등 조세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카드 남발, 과소비 조장, 가계부채 심화, 신용불량자 양상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경제성장의 열쇠가 소비증대이기는 하나 건전한 소비문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도 중요하다. 올해부터 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25%로 상향 조정됐다. 소비자의 계좌한도 내에서 결제되는 체크카드 사용을 장려해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로 이해된다. 문제는 대손의 위험이 없어 원가가 낮음에도 체크카드 수수료가 2% 수준이라는 점이다. 건당 백원 이하의 거래처리 비용만 내면 되는 직불카드가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보편화되고 있는데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사장돼가고 있다. 직불카드 가맹점이 적고 사용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카드 사용자에게 주는 소득공제, 가맹점에 주는 세액공제에 쓰이는 수조원의 재원으로 직불카드 사용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을까. 직불카드와 수수료가 전혀 없는 현금영수증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열정이 직불카드에도 미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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