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칼럼] 델로스 동맹과 미국 자본주의

아테네는 더이상 「민주주의의 학교」가 아니었다.페르시아와의 군사적 대치에서 발족한 델로스동맹의 금고는 기원전 454년 델로스섬에서 아테네로 이전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동맹금고의 주인이 아폴로신에서 아테네여신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했지만 동맹기금의 사용은 더욱 아네네에 자유스러워 졌다. 물론 이전부터 아테네는 동맹금고에 한푼의 기금도 보태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희랍제국의 다른 도시국가들은 아테네인들이 원하는 아테네의 화폐로 아테네여신에게 헌금하는 것이 예의바른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델로스 의회에 아테네도 행정관을 파견했으나 이들 아테네의 장군들은 아테네 시민들에게만 책임을 지고 있었으므로 델로스 의회의 심의는 거의 중요시되지 않았다. 델로스 의회에 파견된 아테네 행정관들은 재판에 회부될 경우 반드시 아테네 법정에서 재판이 이루어졌다. 배심원들이 아테네인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제국의 다른 도시국가 피고인들은 재판을 위해 아테네에서 장기간 머물렀으며 아테네인들은 여행에 따른 특수까지 누릴 수 있었다. 아테네는 동맹기금으로 자국의 해군을 증강했다. 그러나 아테네는 기원전 416년 계속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순박한 도리아인이었던 멜로스섬을 침략했다. 아테네는 멜로스섬의 성인남자를 모두 사형에 처하고 심지어 부녀자와 아이들까지 노예로 팔거나 아니면 살육하는 난폭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자본주의는 과연 시장경제의 꽃인가. 최근 미국이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중에는 더이상 미국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의 교과서가 아니며 아시아적 가치를 다시 회복해야한다는 주장이 적지않다. 지난해 여름 타이를 시작으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올해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선언이 이어지는 등 신흥 개도국 경제가 파탄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동안 세계경제의 파수꾼임을 자처하는 미국의 태도는 한마디로 자국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았다. 8년 동안의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이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한 첫 조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미국은 더이상 번영의 오아시스가 아니다』는 발언이 있은후 이루어진 연방기준금리의 인하였다. 미국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남미에 허리케인과도 같은 경제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올 때였다. 미국은 또한 10월초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자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통화기금에의 추가지원금을 여타 국가들로부터 약속받은 뒤에야 국제금융시장의 폭주족이라 할 수 있는 단기성 투기자본의 감독 강화 등 투명성 제고 선언에 동의했다. 또 미국은 외환위기에 빠져있는 아시아 각국의 금융권 부실채권을 계속 문제삼으며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비난했으나 막상 미국내 헤지 펀드인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의 위기에 빠졌을 때는 뉴욕 FRB의 주도로 35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오는 17일 열릴 FRB의 정기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 월가에서는 뜻밖에도 추가 금리인하 불가론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의 후퇴 징조를 바라보는 경제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의 추가 금리인하와 외환위기국의 부채 탕감, 그리고 국제금융시스템의 개선을 대처방안으로 손꼽고 있다. 11.3 중간선거로 섹스 스캔들에서 벗어난 클린턴 미 대통령은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해소할 단안을 내리고 함께 헤쳐 나가야하는 또다른 짐을 지고있음을 부인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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