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를 한번 더 혼내줘. 드럼 치듯 두들겨줘(Beat Tiger again. Beat Tiger like a drum).”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4ㆍ미국)를 꺾고 미국프로골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37ㆍ테일러메이드)의 유명세가 대단하다. 연습장으로 향하는 길목 사인·질문 공세에 애먹어
동갑내기 친구 위창수는 "무심 타법 대단" 격찬도
PGA투어 플레이오프 시리즈 첫 대회인 바클레이스(총상금 750만달러) 개막 전날인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내셔널 골프장. 양용은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연습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갤러리들은 우즈를 다시 한번 멋지게 꺾어달라며 격려의 환호성을 울렸다. 그는 갤러리와 행사진행 요원들의 사인 공세에 연습장으로 가는 데 애를 먹기도 했으며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가 그를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양용은은 기자회견에서 “이전에 종종 사인을 해달라는 갤러리의 절반 정도는 ‘초이(Choiㆍ최경주)’가 아니냐고 물어봤다”며 “우승 이후에는 ‘YE 양’이라고 부르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승 이후 특별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동반 라운드를 요청 받은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24일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 샌디에이고 본사를 방문한 뒤 이 회사의 킹덤 골프장에서 테일러메이드 주선으로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나 20~30분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같은 댈러스에 살고 있는 부시 전 대통령이 시간이 된다면 골프를 한번 치자고 하길래 대회를 빠져서라도 라운드를 하겠노라고 수락했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양용은은 이날 한 시간가량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 이후 AP통신ㆍ보스턴글로벌 등과 별도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행사를 모두 마친 뒤 한국 특파원들과 함께 연습장으로 이동, 샷 감각을 점검하면서도 쏟아지는 질문에 기꺼이 대답해줬다. 옆에서 연습하던 위창수(37)는 “용은이는 마인드컨트롤이 대단해 자신이 편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이른바 ‘무심 타법’을 격찬했다. 양용은과 동갑내기 친구인 그는 “지난해 용은이가 마음 고생이 심해 몇 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격려해줬는데 1년 만에 이런 대단한 일을 해낼지 몰랐다”고 치켜세웠다. 한편 태극기가 새겨진 그의 골프백에는 PGA챔피언십 18번홀에서 환상의 샷을 날린 유틸리티 3번 외에도 4번 클럽이 꽂혀 있었다. 아이언 3번과 4번은 없었다. 또 48도짜리 외에도 2개의 58도 웨지를 가지고 다니는데 “벙커와 러프 상황에 따라 2개 중 적합한 것으로 실전에 사용한다”고 했다. "우즈 또 꺾는다는 보장없지만 같이 라운딩하면 최선 다할것"
■ 일문일답
양용은은 27일(한국시간)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타이거 우즈를 또다시 이기리라고는 1%도 보장할 수 없지만 만약 같이 라운드를 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PGA투어 플레이오프 바클레이스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회에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데 각오나 전략은 ▦게임은 누구나 이길 수 있고 질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임하겠다. 1주일간 쉬고 나왔는데 작은 파티도 하고 기분이 비행기 탄 듯 들뜬데다 인터뷰도 너무 많아 잠을 설치기도 했다. 좀 피곤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4라운드까지 치는 게 목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특별한 비결은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욕심 안 부리고 자기 게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골프는 18번홀 그린에서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는가. -우즈의 기록행진을 저지하며 ‘악역’을 맡았는데 우즈를 좋아한다. 스윙이 좋다. 한 편의 역사를 만드는 선수가 아닌가. 그래서 대기록에 재를 뿌린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경기에는 이기려고 나왔고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PGA투어에서 6년 정도 출전할 수 있는 것이 보장돼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최경주 선배가 7승을 했는데 그 이상 승수를 쌓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자신의 스윙에서 보완해야 것이 있다면 ▦리듬감을 좀 더 잡으려고 한다. 그러면 페어웨이나 그린 안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기계가 쳐도 100% 안착하지 못할 것이다. 템포 조절이 어렵다. -주말 골퍼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마추어들은 2개의 스윙을 한다. 공 없이 치면 거의 프로 수준인데 공 앞에만 서면 장작 패듯이 강하게 치려고 한다. 공이 있을 때도 똑같이 칠 수 있으면 아주 좋아질 것이다. -고려대에 입학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학을 나오지 못해 대학 갈 생각이 있어 추진하고 있다. 고려대에 지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