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유명작가 미술품 3,701점 수집<br>세자르 '엄지손가락'등세계적걸작 많아<br>전문 큐레이터 선발·미술관 건립등 계획<br>장차 "한국의 UBS 아트 컬렉션' 부푼꿈<br>
| 세자르의 '엄지손가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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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의 '하나 로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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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팔의 ‘엄마와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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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의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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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은행의 자부심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32년간 미술품을 수집하며 ‘하나은행 아트 콜렉션’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한국의 UBS 아트 콜렉션(The UBS Art Collection)’을 꿈꾸고 있다. UBS는 세계에서 제일 큰 은행으로 유명하지만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문화예술품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손(collector)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명품만 900여 점을 소장하고 있고, 세계 3대 아트페어의 하나인 바젤 아트페어의 메인 스폰서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은 3,701점, 장부가로는 60억원, 시가로는 10배가 더 되는 규모로 커졌다. 1974년 한국투자금융시절부터 미술품을 사 모으기 시작해 1년에 115점, 사흘에 한 점씩 매수한 셈이다. 최근 3년 동안은 하루에 한 점 꼴로 매수했고,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책정했다. 또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해 예술품들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미술관 건립도 희망하고 있다. 멀게는 UBS, 가깝게는 삼성처럼 세계적인 미술관을 갖겠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목표다.
하나은행이 소장한 미술품 중에는 눈에 띄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많다. 새로운 기법과 재료로 현대 조각의 개념을 확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세자르의 ‘엄지손가락(63년작)’은 지난 2003년에 구입했다. 엄지손가락은 ‘하나’라는 은행 이름과 ‘최고’라는 이미지가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또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작품인 ‘이코노믹 수퍼 하이웨이’와 ‘하나 로봇’도 하나은행 본점과 여의도 대한투자증권 본점에 가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우뚝 선 한국 예술가를 지원하면서 세계적인 작품을 소장한다는 두 가지 의미에서 작가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유영국씨의 ‘산’, 니키드 생팔의 ‘엄마와 아이’, 이우환씨의 ‘점으로부터’ 등도 억대를 넘는 작품들이다.
한 화랑의 대표는 “하나은행은 윤병철 회장 때부터 예술과 미술품에 대한 조회가 깊었다”며 “김승유 회장은 ‘내가 하나은행 미술관의 큐레이터’라고 얘기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다”고 말했다.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의 예술품 콜렉션은 유명하다. 수천, 수만 점 미술품에 수 조원을 투자하고 미술관은 기본으로 갖고 있다. 은행이 소장한 미술품 수준을 은행의 브랜드 수준과 비교하기도 한다. 도이치뱅크는 구겐하임 박물관과 손잡고 베를린에 ‘도이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웠고, ABN 암로ㆍ드레스너 뱅크ㆍ씨티은행 등도 미술관이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미술품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UBS는 1998년 아트뱅킹 그룹을 출범시킨 후 미술품 전문가만 12명이고, 시티그룹 프라이빗뱅크도 미술전문가가 6명이나 된다. 바클레이스 은행도 회사차원에서 미술품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 중에는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미술품을 모은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산업은행이 허백련의 ‘휴금산행’, 천경자의 ‘비개인 뒤’, 박노수의 ‘수렵도’, 백남준의 ‘동대문’과 부르델의 ‘머리가 있는 토르소’, 김구 선생의 서예인 ‘민족정기’ 등을 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1980년대 이전부터 갖고 있던 작품이다.
한 큐레이터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의 압력이나 외부청탁에 의해 미술품을 구매했었다”며 “그나마 소장하고 있던 작품마저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부분 팔아서 현재는 특별한 작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구매하는 금융기관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도 미술품 구매에 적극 나설 때가 됐다고 말한다. 미술품 소장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이자, 사회에 대한 환원이고, 예술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공공성이 강한 은행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금융기관들이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하는 디자인, 그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예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다”며 “이를 통해 공익과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