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소리없이 그리고 미끄러지듯이 출발했다. 엔진도 모터도 없이 그저 매끈한 빙판 위에서 힘있는 무엇인가가 조심스럽게 밀어 주듯이…. 렉서스의 하이브리드LUV (Luxury Utility Vehicle) RX400h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탁월한 정숙함을 뽐냈다. 어떤 소리도 미세한 진동도 없이 계기판의 ‘ready’표시 만이 이제 움직일 준비가 됐음을 알려줬다. 시내 주행에 나섰다. 중앙의 모니터가 차량이 현재 어떤 동력으로 주행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 준다. 빨간색으로 바뀐 신호등을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지긋이 밟자 엔진의 작동은 그 순간 멈추고 모터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으로 만 쓰였다. 가다 서다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시내 주행, 신호에 걸린 주변의 차들이 공회전으로 금값인 기름을 낭비할 때 RX400h의 엔진은 회전하지 않는다. 다시 출발, 주행 중 수시로 충전되는 배터리가 모터를 돌려 운행을 시작한다. RX400h의 공식 연비는 12.9Km로 프리미엄급 수입 SUV중 최고다. 김병훈 한국토요타 서비스부 과장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정확한 연비 측정 기준이 없는 점이 아쉽다”며 “RX400h를 구입한 고객 대부분이 공식 연비보다 연비가 더 좋은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전했다. 이제 속도를 내 볼 차례. 시속 40Km에서 엑셀을 밟자 순식간에 가속력이 발휘된다. 엔진과 전기 모터의 토크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RX400h는 전기 또는 가솔린-엔진 전용 모드로 작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의 동력을 결합한 모드로도 작용할 수 있어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 자동차로 불린다. RX400h가 자랑하는 통합 시스템의 출력이 약 272마력이고 토크가 29.4kgㆍm에 달해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7.6초에 불과하다. 김종철 한국토요타 이사는 “도심이나 고속도로 어디서든 정말 운전한 맛이 나는 차가 바로 RX400h”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RX400h는 RX350 모델과 같이 승객에게 안전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 고강도 캐빈 설계와 종합적인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에어백은 승객에게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SRS에는 상체, 복부, 골반으로 전달되는 충격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승객을 위한 첨단 프론트 에어백, 운전자를 위한 무릎 에어백, 프론트 시트 장착 사이드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서 진일보한 주행성능에 첨단 안전시스템. 여기에 RX400h는 고품격의 편의 장치로 운전자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탁월한 실내 정숙성과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의 결합은 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만“RX400h가 연비와 성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토요타측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속주행시 모터를 활용한 연비 향상 효과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배터리 성능의 개선이라는 과제도 이런 점 때문에 지적된다. 물론 시내 주행 위주의 운전자라면 8.000만원의 차 값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는 차가 바로 RX400h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