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기업 육성 시급하다/박삼규 중기진흥공단이사장(시론)

최근 우리 경제는 외형성장 중심의 전략과 경영패턴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경직된 비효율적 산업구조로는 세계시장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이러한 경직된 구조와 경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지식집약형 첨단산업과 관련된 벤처기업의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경제성숙화로 인한 구조적 정체에서 탈피하고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문제의 탈출구로서 벤처기업을 육성해왔다. 그 결과 고용수준이 미국의 경우 대기업은 0.8% 감소한 반면 벤처기업은 19% 증가해 경제활력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도 대기업은 3.5% 감소한 반면 벤처기업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벤처기업의 경제적 역할을 고려해 우리 정부에서도 지난 3월에 벤처기업육성종합대책을 만들어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10월부터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우리 풍토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고 충분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보완적 수단이 요청된다. 벤처기업은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창업을 통해 개발아이디어를 사업화하되 성장의욕이 강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이 강한 기업가가 경영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많은 벤처기업이 성장발전하기 위한 기후와 토양을 마련하는데 우리의 관심이 집중돼야 함은 물론이다. 창업절차의 간소화, 손쉬운 자금조달, 낮은 투입요소비용, 규제완화 등이 그 주요내용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직접자본조달기회확대 등 자금조달의 용이성, 저렴한 입지공급, 지적전문인력의 활용과 부담금 면제제도 등 벤처기업이 투입요소비용을 줄이고 원활히 경쟁력을 갖춰나가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융자확대, 개별자금지원과 벤처단지의 조성, 벤처마트를 통한 기업과 투자자연결 등 벤처기업을 위한 많은 사업이 시행되고 있거나 더욱 확충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수요에 비해서 사업규모는 대단히 작은 수준이다. 벤처기업을 위한 주요 자금공급시장인 에인절과 벤처캐피털회사, 직접자금조달시장인 코스닥 등도 생소하고 위험부담이 큰 벤처기업보다는 오히려 안정성에 더 익숙해 있기도 하다. 경제체질개선과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해 벤처기업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조성과 사업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우선 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소요자금의 동원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사업초기에는 신규시설과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많이 소요되며 실제로 이 자금의 동원이 가장 큰 애로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자금을 벤처캐피털회사에 의존하기란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주위에는 비생산적 유휴자금과 잠복성 자금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비공식적 조직의 자금과 개별가계에 잠겨 있는 축적된 자금이 에인절의 요소다. 그런데 이 잠재된 자금을 생산자금으로 유도해 흡수할 방안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과 더불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조세감면 등 조치를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실시해보는 방법이 필요하다. 둘째, 벤처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용이하게 경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다. 벤처기업의 경우 사업성격상 위험부담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경영미숙으로 초기투자에 실패하거나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마련이다. 이러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경험의 전수와 교육 및 기술지도가 필요하다. 일관성 있는 지도와 연수등 전문적 기능을 광범위하게 수행할 상설기관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산학연 및 지원기관간 기술네트워크를 구축해 벤처진흥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함으로써 연구개발기술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업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지역별 대학연구소와 벤처기업 및 창업보육센터, 중소기업지원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상호 연계해 창업업무의 지원, 벤처투자알선, 기술개발의 이전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종합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넷째, 벤처기업이 손쉽게 직접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장기준이 대폭 완화된 벤처기업전용 제2코스닥시장의 개설이 필요하다. 영국의 대체투자시장(AIM), 프랑스의 신시장(NM)은 모두 제4부 시장으로 사업설명서 또는 제무제표만으로 상장할 수 있는 장외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벤처기업이 공개시장에 진출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적은 금액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 시장은 대단히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계 스스로의 자세와 의지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어려운 불황의 늪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자본시장과 제품수요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패기와 자부심이 벤처기업의 기본 생명력이다. □약력 ▲40년 경북 상주출생 ▲경북대 법학과 ▲상공부 기획관리실장 ▲공업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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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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