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가격 파동이 해마다 빚어지는 것을 보고 농업기술센터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밤낮으로 연구한 끝에 감말랭이ㆍ반건시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씨 없는 동글납작한 감 '청도반시(磐枾)'는 전국 최고의 농산물 중 하나다. 청도반시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경북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의 조기동(54) 농촌지도사.
'감박사'로 불리는 조씨는 청도반시에 씨가 없는 원인을 규명했고 감 선진 재배기술을 보급,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특히 홍시로만 판매되던 청도반시를 감말랭이ㆍ반건시 등으로 다양하게 상품화했다. 반건시는 말 그대로 감을 반 정도 말린 것으로 속이 말랑말랑하면서 곶감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고 감말랭이는 감을 4등분해 수분을 절반 수준으로 말려 곶감보다 훨씬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그는 또 떫고 단단한 감을 홍시로 만들기 위해 쓰던 연화촉진제 카바이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인체에 무해한 에테폰이라는 식물생장조절제로 대체하는 역할을 주도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했다. 조씨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청도군의 연간 감 관련 매출액은 올해 1,000억원대로 부쩍 성장했고 해마다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감을 구입하기 위해 청도를 찾고 있다. 조씨는 "해마다 청도반시 수확철이면 서울ㆍ부산 등 전국 각지 소비자들의 주문이 쇄도해 물량이 달릴 정도"라며 "앞으로 청도반시와 관련한 상품이 지역경제 발전에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2010 한국농촌지도대상'에서 전국 6,000여명의 농촌지도사 중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감에 반드시 들어 있는 씨가 청도반시에만 없는 게 궁금해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했다"며 "감은 과실을 맺는 암꽃과 수분수인 수꽃이 있는데 청도반시의 경우 주로 암꽃만 맺는 감나무 품종인데다 수꽃을 맺는 수분수가 거의 없어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씨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역 특산물인 청도감시를 잘 활용하면 농가소득원으로 그만일 것으로 판단하고 감과 관련한 다양한 재배기술을 정립, 농가에 보급하고 교육했다. 그의 노력으로 2001년 1,399㏊에서 1만6,000톤을 생산하던 청도반시가 지난해는 3만3,940톤으로 크게 늘었다.
한편 현재 청도에서 생산되는 감 가공제품은 감말랭이ㆍ곶감ㆍ아이스홍시ㆍ감식초ㆍ감와인ㆍ감동동주ㆍ감막걸리 등 20여개 품목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이나 미국ㆍ캐나다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